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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LCT 카드'에 2야 미묘한 입장차, 왜?

이슬기 기자
입력 2016.11.17 18:10
수정 2016.11.17 18:26

민주당 "국면전환용 꼼수, 대응할 가치도 없어"

부산 지역구 의원 없는 국민의당 "철저 수사 환영"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 새누리당,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최순실 의혹 특검법'의 본회의 처리와 관련한 논의를 위해 만나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추락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해운대 LCT 관광리조트 비리 사건’을 전면에 내걸고 강경모드로 돌변했다. 한 달여 지속된 비선실세 파문으로 시간을 번 청와대가 대통령의 불법은 하야(下野)할 정도가 아니라는 자체적 판단을 내리는가 하면, 여당 친박(친박근혜)계에선 헌정 중단을 근거로 들며 대통령 퇴진 요구에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집중된 이슈를 분산시키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LCT 사건 관련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말 촛불집회 후 오히려 보수층이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측근 그룹의 판단에 따라, 대통령 본인에 대한 수사가 회자되는 상황에서도 외교부와 문체부 2차관을 임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 수사 정국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친문(친 문재인)계를 비롯해 비선실세 파문에 날을 세워온 새누리당 비박계를 동시에 겨냥하기 위해 LCT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비박계 핵심 중진 의원은 “LCT 수사하라는 건 결국 서병수 혐의 없애주고 문재인 저격하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와대가 문 전 대표와 LCT 사건을 연결, 이를 계기로 보수세력 결집과 박 대통령의 재기를 노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주목할 것은 그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촛불집회 공동 참석 등 한껏 공조 분위기를 이어왔던 야당이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또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 자체를 ‘물타기’, ‘꼼수’로 규정하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가장 큰 죄를 저지른 시국사범이 사건 하나 물었다고 큰소리친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눈치 챘을 것"이라며 이 시기에 수사 지시를 한 것 자체가 정치적 목적을 여실히 드러낸 것인 만큼,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 전 대표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LCT 비리에 연루됐다는 인터넷상 글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또 대변인격 김경수 의원을 통해 "지난 대선 당시 십알단이나 댓글부대와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런 식의 흑색선전이 더 이상 대한민국 정치와 선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고 발본색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LCT 사건에 부산 지역구와 연계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연루됐다는 설이 확산됨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의주시하는 등 긴장이 감도는 상황이다. 물론 부산 출신 여권 인사들과 관련성이 높다는 주장으로 방어막을 치고는 있지만, 참여정부 관계자 등 야권 인사가 연루될 경우 박 대통령에 숨통을 틔워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반면 부산 지역구 의원이 한 명도 없는 국민의당은 ‘철저한 수사’ 지시 자체에 대해선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SNS에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이라며 청와대가 수사를 지시한 정치적 저의에 대해선 의구심을 보내면서도, 강력한 수사를 지시한 것 자체에 대해선 "낭보이다. 바로 그것을 저는 원했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새누리당과는 달리 부산 지역구와 무관한 국민의당이 LCT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으로서는 최순실 및 LCT 이슈를 한꺼번에 주도하는 동시에, 대선 국면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실제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영복 LCT 회장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설이 파다하다"는 등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심기가 불편하기는 새누리당 PK(부산·경남) 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당 공식적으로는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며 박 대통령의 지시에 발을 맞췄지만, 해당 지역구 인사들 측에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가는 물론 지지층에서조차 부산 지역 전·현직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칼날이 여당 비주류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LCT 사건에 연루됐다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17일 사이버 수사대에 정식 고소한 상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퓨처라이프 포럼 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가 부산 지역 의원들을 압박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압박 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은 압박 받을 일이 없다”며 “LCT 관련 부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청와대가) 반박하려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이 시점에서 그것을 공개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 내리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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