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개헌추진 모임, 이번엔 열매 맺을까
입력 2016.09.11 09:52
수정 2016.09.11 09:53
19대 보다 많은 인원 참여…개헌 방법론서 이견은 여전
의원들 "국민 공청회가 선행돼야"…대통령 의지 주목
19대 보다 많은 인원 참여…개헌 방법론서 이견은 여전
의원들 "국민 공청회가 선행돼야"…대통령 의지 주목
국회발(發) 개헌 동력이 이번엔 힘을 받을 수 있을까. 문제는 방법론이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8일 구성됐다. 참여 인원은 이전(154명)보다 31명이 늘어난 185명으로, 당 별로는 새누리당 65명, 더불어민주당 84명, 국민의당 33명, 정의당 1명, 무소속 2명이 이름을 올렸다. 간사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다. 주요 인사로는 새누리당에선 정우택·원유철·주호영·황영철 의원 등, 더민주에선 이석현·원혜영·김진표·진영 의원 등,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겸 원내대표·박주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개헌추진 모임은 회견문에서 “제정된 지 30여년 넘은 1987년 헌법 체제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승자독식의 권력구조로 인한 갈등과 대립 정치의 일상화, 국민의 정치 불신 등 여러 폐해를 노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일반 국민 사이에서 개헌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향후 개헌의 주체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에서 개헌 담론을 펼칠 개헌특위 구성문제를 논의하고 개헌의 필요성과 당의성에 대해 광범위하게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87년 체제의 한계에 여야 대부분 공감하고 있어 개헌추진 모임을 통한 개헌 논의가 조만간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법론과 관련해 여야, 대권주자, 개인별로 이견이 존재해 개헌 동력을 얻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19대 국회에서처럼 결실을 맺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17일 “국회의원이 주도해서 하는 개헌 작업은 현실적으로 동력을 얻기가 어렵다. 개헌 필요성에서는 공감하는데 개헌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는 방법론에서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재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세 가지가 거론된다. 이 중 현행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는 중임제를 제외하면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내각제’의 요소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의원내각제는 내각이 성립 및 존속에 있어 특히 하원(국회)의 신임을 필요로 하는 정부 형태다.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외치(外治)를 담당하고, 국회에서 내치(內治)를 책임질 총리를 배출하는 체제다.
여권은 이원집정부제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이며, 야권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세 가지로 의견이 갈린다. 대권주자별로는 여권 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며, 마찬가지로 여권 주자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야당 주자인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대통령 4년 중임제에 가깝다.
이처럼 의견이 갈리자, 개헌 모임 소속 의원들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9일 본보와 통화에서 “방법론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은 사전에 충분히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수렴하기 위한 일정들이 선행돼야 한다”며 “구성원들이 이미 자신들만의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권의 대권 주자로 꼽히는 정우택 의원도 통화에서 “어떤 방향으로 개헌을 할 것인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야 추진 동력이 생긴다”면서도 ‘개헌 시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 의원은 “내년 연말이 대선인데 그 전에 개헌을 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내년 4월 재보선때 개헌에 대한 국민 투표를 붙이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 형태에 대한 여야 간의 단일화된 의견이 도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놓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그간 ‘개헌=블랙홀’이라는 논리로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개헌 논의가 재점화 될 무렵 여권 일각에서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제에 대한 이슈가 부각될 경우 박 대통령의 임기 말 동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에서다. 다만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최근 개헌 추진을 시사하면서 박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으로 변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권 의원은 9일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발언은) 특정정파나 정당이 주도하는 개헌은 반대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서 정치세력과 사회재야단체가 참여하는 개헌에 대해선 (대통령이) 찬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