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애 "'드레수애' 놓치고 싶지 않아요"
입력 2016.08.03 09:00
수정 2016.08.09 09:34
탈북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리지원 역 맡아
"여배우들 호흡, 기싸움 없어…팀워크 최고"

여신 이미지의 배우 수애(36)는 '별명 종결자'다. '니킥수애', '제복수애', '드레수애', '통닭수애' 등 개성 넘치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영화 '국가대표2'(10일 개봉·감독 김종현)로 스크린에 돌아온 수애는 드레스를 벗고 아이스하키복을 입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드레수애는 드레수애다. 단아하고 예뻤다.
지난달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애에게 물었다. 많은 수식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게 있느냐고. 수애는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드레수애'를 꼽았다. "막내 스태프들은 '드레수애'가 무슨 뜻인지 모르더라고요. 호호. 여배우로서 '드레수애'라는 수식어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아요. 40대, 50대를 지나 흰머리가 나더라도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여배우로 남고 싶답니다."
수애가 출연한 '국가대표2'는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한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도전을 담았다. '감기'(2013)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수애는 탈북 아이스하키 선수 리지원 역을 맡았다.

중저음 목소리가 강점인 수애는 정적인 연기가 훌륭하다.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도 깔끔하게 해내는 몇 안되는 배우다. 상처가 있고, 담담한 리지원은 수애에게 적역이다.
'국가대표2'는 수애, 하재숙, 오연서,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등 여배우들이 주축이 된 작품이다. 남자 배우들이 장악한 충무로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수애는 "여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스포츠, 남북, 자매 코드 등을 연기할 때 감정의 한계도 느낄 수 있을 듯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수애를 비롯한 배우들은 하루 두 시간씩, 6개월간 뛰면서 체력과 정신력을 길렀다. 스케이트를 신고 걸음마를 떼는 기초 훈련부터 시작해 점차 슈팅, 패스 순으로 훈련 강도를 높여 나갔고, 촬영에 필요한 고급 동작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영화엔 배우들이 고생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재숙은 무릎 부상을 당했고, 김예원은 어깨가 탈골되기도 했다. 수애는 "모든 배우가 타박상을 입었다"며 "거친 운동을 3개월 안에 속성으로 배우다 보니, 체력을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했다.

이어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연기했는데 혈액순환도 안 됐고, 잘 움직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힘든 훈련을 견디게 한 건 동료들이었다.
대기 시간에 배우들과 수다 떨고, 웃으면서 서로를 의지했단다. 사실 여배우들 사이에선 '기싸움'이 있다. 스포츠영화에선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배우들끼리 '기싸움'이 벌어지면 분위기가 살벌해지고, 촬영이 힘들어진다.
'국가대표2'엔 '기싸움'이 없었단다. 선배이자 맏언니가 된 수애는 "스포츠영화라서 배우들과 친해져야 했다"며 "극한 상황에서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면서 끈끈해졌다"고 웃었다. 현장에서 수애는 어떤 선배였을까.
"음...전 리더십은 없는 것 같아요. 선배이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부담은 없었어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고요. 제가 부족하면 연서가 이끌거나, 지희 양이 분위기를 띄우곤 했죠. 찰영 전엔 걱정했는데 여배우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민낯으로 땀을 흘려가면서 운동하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고요. 비밀 얘기도 자주 해서 입단속 하자고 했답니다. 하하."
수애의 말처럼 영화엔 배우들의 앙상블이 매끄럽게 담겼다. 각자 맡은 캐릭터를 명확하고, 개성 넘치게 소화했다.
오롯이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 수애는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극 초반 지원이 몸 푸는 장면과 지원이 북한 사투리를 쓰는 콘셉트가 대표적인 예다. 달리는 장면 하나에도 공을 들였고, 진짜 운동선수처럼 보이고 싶어 '예쁨'을 포기했단다. 북한 사투리는 설정을 직접 제안할 만큼 세심하게 챙겼다.

북한 사투리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썼다. "'나의 결혼 원정기' 때 배운 게 남아 있어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사하려고 노력했답니다. 중간에 힘들어서 후회하기도 했어요. 탈북자가 쓰는 사투리를 관객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국가대표2'는 스포츠 영화답게 박진감 넘치고, 쾌감을 주는 장면이 곳곳에 나온다. 얼음 위를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과 시속 200km로 날아드는 퍽(puck·아이스하키 경기에 사용하는 공)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수애는 "경기 영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배우들은 실제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얼음 위를 달리는 모습은 대역을 썼지만 보디체크(몸싸움)는 온몸을 던져 표현했다. 위기 순간을 포착하는 장면에선 배우들의 얼굴이 꼭 필요했다. "충격이 센 데 아픈지도 몰랐어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는 북에서 자란 지원·지혜(박소담) 자매를 통해 가족 코드를 부각한다. 극 후반부에 나오는 자매 얘기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수애는 경기 장면 외에 감정 연기도 소화해야 했다.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동생과 헤어지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났어요. 극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싶어서 재촬영했습니다. 지혜에게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는 장면에선 저도 생각지 못했던 감정, 목소리가 나왔답니다. 동생을 보는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대한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가장 아끼는 장면은 지원이 지혜를 아시안게임에서 만난 부분. 다칠 뻔한 지혜를 온몸으로 막는 지원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지원이는 북에 두고 온 동생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있어요. 동생을 경기장에서 보는 장면이 있다는 걸 보고 충격도 받았지만, 한편으로 잘 자란 동생이 대견해서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동생을 보호하고자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어줬습니다. 동생과 극적인 감정 교감을 하는 게 힘들었는데 소담 씨와 호흡이 좋아서 매끄럽게 연기할 수 있었답니다."
매력적인 목소리 덕분에 OST 제안도 받았을 듯하다. 그는 "협의만 했었다"며 "근데 목소리가 좋다고 해서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더라. 난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다. 기본 OST만으로 좋다"고 웃었다.
KBS 드라마 '학교2'(1999)로 데뷔한 수애는 '가족'(2004), '나의 결혼 원정기'(2005), '그해 여름'(2006), '님은 먼곳에'(2008), '해신'(2004),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 '천일의 약속'(2011), '야왕'(2013), '가면'(2015) 등 20편 가까이 출연했다. 수애는 다채로운 옷을 입었는데도 매번 '단아하다', '여성스럽다'는 이미지를 안고 지냈다.
그런 틀을 깬 작품은 장혁, 유해진과 호흡한 '감기'였다. "장혁, 해진 오빠와 즐겁게 지냈던 순간이 기억나요. 대본을 보다가 혁이 오빠가 '그러지 말고 그냥 놀아볼까?'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처음으로 즐겼던 것 같아요. 나도 즐길 수 있구나 싶었죠. 이후 주변 사람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 상황을 즐기려고 했습니다.

수애는 이번 작품에 대해 "얻은 게 많은 작품"이라고 했다. 스스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단다. "현장에서 즐기는 제 모습이 좋았어요. 예전엔 '무언가 해야지'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는데 이번엔 아니었죠.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조금 더 내려놓는 계기도 됐다. 그는 "늘 다양하게 했는데 '단아하다'는 이미지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며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 등 편한 것도 하면서 즐기고 싶다"고 했다.
영화는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등과 맞붙는다. '국가대표2'는 이들 영화에 비해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언론 시사회 이후 "괜찮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한껏 올라갔다.
"여름 시즌에 속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죠. 여배우들이 주축이 된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는 작품성으로 승부 봐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 작품이에요. 웃음, 눈물, 감동, 스포츠가 있는 순수하고 동화 같은 영화입니다!"
여신 수애는 쉴 때 무엇을 할까 궁금해졌다. "영화 촬영 마치고 혼자 유럽여행 다녀왔어요.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지내는 편이에요.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요. 여행하면 두려움이 없어져요. 낯선 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웁니다."
빡빡한 지방 무대 인사 일정도 소화할 계획이다. "여배우들 여섯 명이 수다 떨기 때문에 시간이 금방 지나갈 듯합니다. 체력 관리요? 건강 검진받고요. 호호. 삼시세끼 꼭 챙겨 먹어요. 얼마 전 중복 때도 보양식 먹고 체력 보충 했습니다."
수애는 500만 관객 돌파 시, 섹시 댄스를 추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단아한 수애 씨의 섹시 댄스가 기대된다고 했더니 수줍게 웃었다.
"당연히 해야죠. 열심히 연습했어요. 제 이름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연서가 제게 귀엽다고도 했어요. 호호. '국가대표2' 친구들과 있으면 저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답니다(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