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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수단으로 목표를 잃어버린 반올림

이홍석 기자
입력 2016.07.12 15:27
수정 2016.07.12 15:40

[기자의 눈]280일째 노숙농성 여러 불·편법 자행

목표와 수단 모두 옳아야 일반 대중 설득할 수 있어

반올림이 280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서초사옥 앞.ⓒ연합뉴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앞에는 9개월 넘게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앞 한쪽을 차지하고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대책위원회 등 3개 협상주체는 지난 1월 '재해예방대책'에 대해 최종 합의하면서 삼성직업병문제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반올림의 농성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계속돼 오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서초사옥에 있던 삼성전자 본사 인력이 수원디지털시티 본사와 중구 태평로로 이전하면서 정작 시위 대상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서초동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상대가 사라졌는데도 시위를 이어가는 것은 삼성그룹을 상대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주 수요일 사장단협의회 참석차 서초사옥을 방문하는 주요 계열사 사장들을 상대로 한 홍보효과(?)를 노린 ‘꼼수’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의 농성장소는 공개용지이다. 이를 불법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농성장도 계속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농성 초기 약 한 평에 불과했던 농성장은 점점 넓어져셔 마치 하나의 요새처럼 느껴질 정도다. 공개용지는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간으로, 통행에 방해나 불편을 줘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올림은 공개용지에 물건을 쌓아 놓고 화단을 만드는 등 태연하게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이홍석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
더 큰 문제는 반올림이 이러한 불법행위에 자원자를 모집하며 대리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농성장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모집해 농성장을 당번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반올림 소속 활동가들이 자리를 비울 때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채워가면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테면 주말에는 반올림 소속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농성을 대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권재단 사람' 활동가들에게 농성장을 맡겨놓고 동해안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러한 돌려막기식 농성은 실제 농성 주체를 불분명하게 하면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행위다.

특히 오전 오후 특정 시간대에는 민중가요 등 노래를 크게 틀어놓는 등 소음 피해도 심각하다. 이 때문에 이 곳을 지나는 행인들과 주변 상인들은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어떠한 문제에 불만이 있을 때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시위와 농성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전달하려는 주장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수단부터 합당해야 한다. 농성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가 백번 옳더라도 그 과정에서 불·편법적인 행위가 이뤄진다면 일반 대중들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이 시점에서 반올림에게 묻고 싶다. 280일째 이어오고 있는 농성이 당초 주장과 목표와 부합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잘못된 수단으로 주장은 가려지고 목표는 사라지고 있는게 아닌지를. 어떤 문제든 목표와 수단 모두 옳은 방법으로 이뤄져야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진리를 간과해서는 깨닫길 기대한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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