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주소 행정동 알아야 투표? "도로명 주소 쓸모 없네"
입력 2016.04.03 08:08
수정 2016.04.03 08:11
정부 대대적으로 개편했음에도 선거일 닥치자 무용지물
지난 2월 이사한 최모 씨(여, 55)는 최근 군에 있는 아들로부터 수차례 집 주소 묻는 전화를 받았다. 4·13 총선 투표와 관련해 부대에서 소속 부대원들에게 집 주소를 정확하게 알아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이사한 집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알려줬으나 그 다음날 다시 전화가 온 아들은 옛 주소를 물었다.
"어머니, 도로명 주소 말고 예전 주소를 알려주세요. 투표하려면 그걸 알아야 한대요"
"도로명 주소로 바뀐 지가 언젠데, 예전 주소는 도대체 왜?"
부랴부랴 옛 주소를 찾아 아들에게 집 주소를 불러준 최 씨. 그러나 며칠 뒤 또다시 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은 과거 6자리 우편번호 대신 지난해 8월부터 변경된 5자리 새 우편번호를 알려달라며 도움을 청했다. 통화를 끝낸 최 씨는 정부의 새주소 정책에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2014년 1월 새롭게 도입된 도로명 주소에는 '법정동'이 표기돼 있는데, 총선 시즌에 유권자들이 자신의 선거구를 확인하려면 '행정동'을 알아야 한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도로명 주소를 개편했음에도 선거에서는 무용지물인 셈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과거 사용하던 지번주소상의 법정동과 함께 별도로 행정동까지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도로명 주소는 지난 2011년 고시 이후 지번 주소와 병행하다 201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이에 따라 '○○시 ○○구 도로명 + 건물번호' 혹은 '○○군 ○○면 도로명 + 건물번호'로 주소를 표기하고 있다. 다만 불필요한 혼란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옛 주소에 쓰이던 법정동도 괄호 안에 넣어 함께 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3일 시행된 개정 공직선거법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구역표에 따르면 새롭게 획정된 총 253개 선거구는 과거 지번주소 체계에서 사용하던 행정동을 기준으로 삼았다.
새 주소 체계를 전면 도입한 지 2년이 흐르면서 도로명 주소 사용이 일반화 되고 있지만, 선거 때만 되면 본인에게 해당되는 선거구를 확인하기 위해 과거 주소에 따른 행정동도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한 유권자와 달리 전출입이 잦은 유권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선거구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유권자들이 공식적인 선거 공보물을 받아보기 전에 자신의 선거구와 후보자를 확인하려면 직접 행정기관에 문의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와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31일 본보에 "선거구 획정 자체가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과거 주소에서 사용하던 행정동 중심으로 구획이 나눠지게 된 것"이라며 "도로명 주소는 일단 도로 중심이라 사실상 구를 벗어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그렇게 되면 인구수 대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행정동 중심으로 선거구를 획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유권자들이 본인에게 해당되는 선거구나 후보자를 알기 위해서는 행정동도 알아야 한다고 보면 된다"며 "사실 이런 부분들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어 최대 문제점이긴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선거구에 어느 동이 해당되는지 표기가 돼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