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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의 ‘칼춤’은 경제부총리 멍석깔기?

고수정 기자
입력 2016.02.17 06:06
수정 2016.02.17 06:07

상향식 공천 반대…물갈이 조건 내세우며 ‘마이웨이’

총선 이후 더 큰 꿈 위해 정권과 보폭 맞춘다는 분석

이한구(오른쪽)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연일 상향식 공천 반대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정치적 열망을 이루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3차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 위원장.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연일 ‘칼춤’을 추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며 관철한 상향식 공천을 집중 비난하고, 물갈이 대상자의 조건을 작정한 듯 말하고 있다. 거침없는 ‘마이웨이’ 행보가 이 위원장의 더 큰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4일 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악역’이 됐다. 20대 국회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며 칼을 겨눴다. 특히 그 칼 끝은 김 대표를 향해있다.

그는 15일 라디오에서 “자꾸 중개업소처럼 상향식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반발을 극복 못하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월급쟁이’ ‘양반집 도련님’ ‘정체성 없는 포퓰리스트’ ‘국정 미협조자’를 현역 물갈이 조건으로 제시했다. 김 대표가 국민에 공천권을 돌려드린다며 내세웠던 상향식 공천 취지에 정면 도전하는 발언이다.

앞서 이 위원장은 인재 영입은 없다고 못 박았던 김 대표를 향해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당 대표와 논의할 일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처럼 이 위원장과 김 대표의 공천 갈등이 점입가경하자 김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안팎에서 개혁 공천을 얘기하지만 국민의 뜻은 바로 상향식 공천이다. 그것이 바로 개혁공천”이라고 강조했다. ‘공천룰 흔들기’를 본격화 한 이 위원장을 향해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거침없다. 16일에도 “부적격자 기준을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정하겠다”고 하며 컷오프를 예고했고,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받아들여지는 ‘우선추천제’를 광역 시도별로 1~3개 지역에서 적용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김 대표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행해지는 이 위원장의 ‘마이웨이’ 행보에 현역 의원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 물갈이 조건과 관련해서도 계파 상관없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한구 살생부’라는 우스갯소리도 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경제부총리직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위원장이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는 현 정부에서 개각설이 나올 때마다 하마평에 이름을 올릴 만큼 ‘경제통’ ‘싱크탱크’로 평가 받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2월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한 것도 경제부총리직에 대한 열망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향식 공천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던 그가 공관위원장이 되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가 내포돼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방법을 찾아 효과적으로 실시하도록 결론 내렸다” “전략 공천을 폐지하겠다. 단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공천은 유지될 것” 등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며 “정권과 보폭 맞추는 등 개혁 공천을 잘 해결하면 자신이 원했던 경제부총리를 넘어 총리 직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컷오프, 우선공천 등 당에서 정한 공천룰과 정반대되는 행보를 함으로써 비박계와의 전장에서 전면에 선 듯한 느낌이다. 총선 이후 친박계 대표주자 반열에 올라설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일련의 행보로 볼 때 충분히 정치적인 더 큰 꿈을 가져볼 만하고,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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