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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탄생부터 북의 협박 카드였다

박진여 기자
입력 2016.02.16 17:03
수정 2016.02.16 17:06

"북, 배타적 행정권 임의로 행사할 경우 대응수단 없어"

"북 핵무기에 대비할 수 있는 '핵 민방위' 실시돼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의 전면 중단을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으로 출경했던 개성공단 기업 차량들이 철수해 입경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개성공단 인력의 철수가 지난 2013년 4월 29일 자정을 넘겨 30일 새벽에 이르러 43명의 귀환 인원들이 차량으로 입경하는 가운데 한 차량이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안밖 공간에 화물을 가득 실은채 입경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잠정 중단한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금강산 관광사업 등이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출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모두 북한 지역에 위치해있어 북한이 배타적 행정권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경우 우리가 대응할만한 수단이 없어 협박 공간의 카드로 악용돼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이 그간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 문제 관련 우리 측 입주기업을 협박하거나 지난 3차 핵실험 이후 일방적으로 공단을 폐쇄, 이외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해당 사업들을 볼모로 삼는 등 때에 따라 남북협력의 공간을 위협적 공간으로 악용해 왔다는 것이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중구 한반도선진화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전략’이라는 제하의 긴급토론회를 통해 북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남북협력사업의 태생적 한계를 주장하며 최근 남북 대치상황이 격화된 것과 관련 남측 근로자를 상대로 한 인질극사태 등 극단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정부의 개성공단 잠정 중단 결정은 현명한 정책적 대응이었다고 해석했다.

조 교수는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태생적 한계는 북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북한이 배타적 행정권을 임의로 행사해도 적절한 대응수단이 없다는 것”이라며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작동되는 지역이라는 의미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언제라도 협박 공간의 카드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개성공단의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싹을 키운다는 유무형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남북한의 적대적 대치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라도 ‘협박의 공간’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현재 남북 간 대치상황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키고 남측 근로자들을 데리고 나온 것은 극단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현명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만에 하나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를 상대로 한 인질극 사태와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대승적 차원에서 현명한 정책적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단, 이 같은 조치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입주 기업들에 대해서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관련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하는데 주요한 주치로 북한으로 유입되는 통치자금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5년 개성공단이 시작된 이래 매년 1억 달러씩 지금까지 약 6억 달러가 북한에 들어갔다”며 “핵·미사일 관련한 직접적 자금이 되지 않았더라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통치자금으로 들어간 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통치자금을 차단하는 조치로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날로 증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핵무기에 대비할 수 있는 ‘핵 민방위’ 훈련이 실시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제기됐다. 북한이 실제로 핵·미사일 공격을 감행한다면 군대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을 공격하기 때문에 정부·군대 차원의 조치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원장은 이날 긴급 토론회서 “북한의 도발 위협이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핵무기에 대비하는 민방위 훈련은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극단의 상황서 실제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국민들이 이에 대비해 최소한의 대비 능력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민방위 활동이 필요해지는 다양한 상황 중의 하나로 ‘핵무기 공격’이 이미 포함돼 있으나, 절박성을 갖고 필요한 준비 조치를 강구한 것은 아니기에 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훈련내용이나 대피소 구축 등이 속히 논의돼야 한다.

관련해 박 원장은 핵무기의 심각성에 대해 “과거 1990년 미 국방부에서 핵무기가 서울에 투하됐을 경우에 관한 모의실험을 실시한 바 있는데, 1945년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약 15-20kt 위력의 핵무기가 서울에 투하될 경우 사상자는 6~10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며 “이 같은 위험성에도 현재 국민들이 핵무기와 관련한 지식을 전혀 구비하지 못하고 있고 아무런 민방위 대비태세도 갖추지 않은 상태라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기존 민방위 훈련에 핵폭발 상황을 포함시키는 등 현재 민방위 체제를 핵 대비 차원에서 재정비해야 한다”며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각 조직·지역별 공공대피소를 지정·구축하고 각 가정에서도 대피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건물을 신축할 때도 핵무기 대피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거나 건물의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설계하도록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군대만 바라보는 게 아닌 국민들이 직접 이 같은 공격에 대비할 줄 알아야 한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은 경제적 비용보다 생존이 우선시돼야할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박 원장은 ‘핵 민방위’ 훈련과 관련 ‘북핵·미사일 방어전략 5가지’를 소개했다.

그간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외교적 접근을 통한 비핵화나 억제, 고전적 탄도미사일 방어나 선제타격에만 집착하던 것에서 ‘억제-예방타격-선제타격-요격-민방위훈련’ 등의 단계적 전략을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북한의 잇단 도발로) 더 비상한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조치, 예방공격이나 핵 민방위 훈련까지 모두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안들을 단계적으로 논의·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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