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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서울시의원들 "친일인명사전 논란될줄 몰랐다"

하윤아 기자
입력 2015.11.10 10:47 수정 2015.11.10 12:36

지난해 12월 예산 편성 당시 "문제점 파악 못했다"

학부모단체 "여당 의원조차 몰라? 명백한 자질부족"

진보성향의 민간단체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친일인명사전'이 시교육청의 예산으로 일선 중고교에 비치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의 예산안 편성 당시 새누리당 소속 서울시의회 교육위원들은 친일인명사전의 문제점과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11월 8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진행된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 김병상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이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 친일인명사전을 헌정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보성향의 민간단체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친일인명사전’이 서울시 예산으로 일선 중고교에 비치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12월 이와 관련한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 서울시의회 소속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친일인명사전의 문제점과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한 시의원은 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시 김문수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예산을 넣자고 강력하게 이야기했다”면서도 “제안 당시에는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았다. 이미 배치된 학교도 꽤 있다고 하고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일도 없었기 때문에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주장하신 분 외에 나머지 위원들은 내용을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내용을 보지도 않고 예산안을 통과시키냐고 한다면 그 비난은 감수하겠다. 그런데 당시는 개별 예산 하나하나에 대해 동료위원들이 따져보거나 상대를 타박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그럴만한 액수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무상교육 등 이른바 ‘빅 이슈’ 사안에 대한 예산 증액과 삭감이 큰 틀에서 의원들 간에 논의될 뿐, 개별 의원이 주장하는 증액 사안에 대해서는 이의제기 등 논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게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설명이다.

실제 또 다른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삭감사안은 굉장히 민감하지만 증액은 개별 의원별로 발의한다. 그러나 동료의원들의 발의에 크게 반대하거나 그런 편은 아니다. 보통 증액 예산이라는 것이 특정 의원이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예산을 증액하는 부분이다 보니까 태클을 잘 걸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당시에 친일인명사전의 객관성 논란이나 이런 것들을 의원들이 인지하지 못했다”며 “만약 논란이 됐다면 새누리당 의원들이라든가 다른 동료의원들도 문제제기를 했을 텐데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지적한 바는 없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일부 학부모단체는 새누리당 소속 교육위원들조차 친일인명사전의 도서관 배치와 관련, 별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표는 “한 의원에게 물어보니 수십 건의 안건을 동시에 처리하느라 민감한 사안인지 미처 몰랐다고 하더라”라며 “이는 새누리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의 자질부족이자 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 대표는 “시민으로서 보면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에 표를 던진 것은 이념적인 정체성에 맞는 활동을 해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친일인명사전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인데, 새누리당 서울시의회 교육위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각성을 해야한다. 이렇게 민감한 내용인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1000만 서울시민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위원들로 활동하고 있는지 참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 역시 “친일인명사전에 억 단위 예산을 책정해 배분한다고 할 때 한 사람이라도 나와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게 아니라면 새누리당 의원들 모두 배지를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일인명사전 도서관 비치 예산 1억 7000여만원은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주도 하에 특별한 이견 없이 의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확정된 ‘2015년도 서울특별시 교육비특별회게 세입·세출예산(안) 예결위원회 심사·의결내역’에 따르면 친일인명사전 비치 관련 사업예산은 교육과정운영과 관련한 세부사업 항목에 ‘친일청산교육활동지원’이라는 사업내역으로 명기돼 1억 7550만원이 배정됐다.

특히 이 사업내역은 당초 ‘친일인명사전 보급’으로 명기됐으나 일부 교육관련 시민단체의 반발 등에 따른 일부 의원의 문제제기에 ‘친일청산교육활동지원’으로 변경됐다.

새누리당 소속 송재형 서울시의원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4년 12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2015년 교육비 특별회계를 심의할 때 의원요구로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위한 목적경비가 신청된 바 있으나, 도서명을 특정한 예산요구가 부당하다는 본 의원의 이의제기로 당초 청구된 도서구입 목적과는 다른 ‘친일청산교육활동지원’이란 명칭으로 사업내역을 변경해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특정도서 구입을 위한 목적성 경비를 증액하여 편성한 바 없으며, 새롭게 편성된 친일청산교육활동사업비도 학교장의 책임 하에 계획을 세워 학교 단위에서 집행하여야 하는 학교회계전출금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예산은 100개 학교(공립 60개, 사립 40개)에 175만원씩 지원하는 학교회계전출금으로 편성됐기 때문에 학교장 책임 하에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친일인명사전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위한 목적경비를 증액․편성하였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을 정면으로 반박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위 예산을 가지고 각 학교의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와 의논해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특정도서를 구입한다면 모를까, 교육감이 특정도서를 지정하여 목적성 경비로 사용하도록 학교장을 강제한다면 그로 인한 후과에 대한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음을 엄중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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