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꿈꾸는 이완구 때문에 불안한 사람은?
입력 2015.09.13 10:00
수정 2015.09.13 10:01
충남 부여청양-공주 선거구 통폐합 가능성 높아
박수현 측 "특별히 대응 준비하는 것 없다"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돼 역대 최단명 총리로 불명예 퇴진한 이후 모습을 감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내년 총선을 위해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의 지역구인 충남 부여·청양이 공주시와 통합될 가능성이 짙어 해당 지역의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의 맞대결이 성사 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이 전 총리 측은 "진정한 명예회복은 출마를 통해 자신의 역할을 찾을 때 가능한 일"이라며 내년 총선 출마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이 전 총리 최측근인 서준원 여의도연구원 이사는 대전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 주민의 사랑으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국무총리를 지낸 만큼 마지막까지 봉사할 것"이라며 "지역구 병합 및 당내 사정 등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내년 총선에는 반드시 출마한다"고 말했다.
충청인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국무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이 전 총리가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중도하차 한 것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이 전 총리는 총리 낙마 이후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지만 최근 지역에서 다시 움직임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스스로도 출마에 대한 의지가 뚜렷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 정가에서도 '이 전 총리가 최근 본격적으로 지역구 활동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이 전 총리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황인 만큼 아직은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데일리안'은 이 전 총리의 최근 행보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9일 이완구 의원실과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이 전 총리 움직임과 관련한 질문에 모두 '정확히 모르겠다'라고 말을 흐리며 회피했다.
이 전 총리 측은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민심이 뒤바뀔 수 있는 만큼 그 때까지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전 총리가 출마를 공식화 할 경우 현재 지역구인 부여·청양에서 나설 지 아니면 다른 지역을 택할지 확실치는 않지만 '지역 민심'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움직임이 포착되자 충남 공주의 박 의원 측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다 지역구와 최소 지역구의 인구 비율을 2대 1 이내로 맞추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면 부여·청양과 공주는 지역구 통폐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두 곳은 모두 인구 하한선인 13만 9380명에 미치지 못한다.
정계에 능통한 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이미 물 밑에서 기싸움을 펼치며 해당 지역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입장에선 몇 가지 악재가 있다.
우선 충청 정치는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필두로 심대평 전 국민중심당 대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이 명맥을 이어오며 보수적인 색채가 짙어 박 의원의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졌듯 이 전 총리가 총리직에 오르는 데에는 충청권의 힘이 컸다는 것도 지역 정치색을 보여주는 요소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을 향한 민심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도 좋지 않은 부분이다. 박 의원은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박기춘 새정치연합 의원이 국토위원장 사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 감싸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하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여러가지 법적인 절차 판단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겠다라고 했으니 사임계 제출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아실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에 따라 문제를 방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발언이었다.
특히 박 의원이 당직을 맡고 있는 만큼 개인 발언의 문제를 넘어 당 전체 도덕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생기며 내년 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맞상대로 이 전 총리를 만나게 될 박 의원은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 박 의원 측은 이 전 총리 출마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총리 출마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시인하면서도 "특별히 거기에 대해 별다른 준비나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담담하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