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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때 멈춘 대북 심리전 '전략적 오판'

하윤아 기자
입력 2015.08.12 15:45 수정 2015.08.12 16:14

화해무드 편승 유일한 비대칭 전력 스스로 포기

전문가들 "북한 속부터 곪아터지게 하는 독약"

국방부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매설 도발에 대한 대가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파주 1사단과 중부 지역 등 2곳에서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가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북 심리전을 중단했던 것이 과거 정부의 전략적 오판이었다는 견해가 나온다. 화해 무드에서 남북협력의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 군의 유일한 비대칭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심리전’을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00년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북측과의 협의에서 남북 상호비방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대북 확성기 중단이라는 요구를 들어준 이후 북한의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지속적인 무력도발과 핵개발을 용인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11일 ‘데일리안’에 지난 2004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것과 관련, “북한과 대화를 해야겠다는 압박감 때문에, 또는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이뤄야겠다는 성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스스로 가장 유리한 수단을 놔버리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연구위원은 “대북심리전은 DMZ 주도권 장악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많다”며 “북한의 힘의 중심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북심리전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대북 확성기는) 수령에 대한 충성심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유효한 무기인데, 이번 DMZ 지뢰 매설 사건으로 북한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을 다시 시작함으로써 더욱 곤경에 빠뜨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962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에 따라 한 차례 중단절차를 밟았다. 당시 공동성명에 남북조절위 설치가 세부사항으로 담겼고, 이에 따라 개최된 남북조절위 제2차공동위원장회의의 합의에 의해 그해 11월 11일 오전 0시를 기해 대북방송이 중단됐다.

그러나 1973년 6월 10일 북한은 “남한 측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을 충실히 이행치 않아 대남방송을 재개한다”면서 휴전선일대에 비방방송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간헐적으로 대남방송을 해오다 1980년 9월 4일 오후 5시부터 확성기 방송에 의한 대남비방선전을 공식적으로 재개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북측의 대남방송에 대한 대응차원으로 다시 대북방송을 재개했으나,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6월 16일 남북정상급군사회담 부속합의서에 따라 또 다시 전면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로써 휴전선 일대 94곳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와 11개 지점의 대형 전광판을 관리하는 부대가 해체됐고, 1991년 3월 창설돼 대북 심리전을 수행했던 국군심리전단의 임무나 기능이 재조정됐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04년 당시에는 남북교류협력이 국가정책이었고 당시의 통일정책 기조에 따라 상호비방을 중단하는 것이 타당했다”면서도 “그러나 그 이후 10년간 북한은 핵개발을 지속하고 인권은 더욱 최악의 상황으로 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심리전을 중단한 것이 좋은 결과를 초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 대표는 “이번 북한의 지뢰 매설 작전은 군사작전적으로는 성공이지만 국가전략적으로는 대실패”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의 반대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포함한 심리전을 재개하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이 우리로서는 최고의 무기로 볼 수 있는 심리전을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심리전은 김정은 정권을 속으로부터 곪아터지게 하는, 심각한 내상을 입히는 독약”이라며 “어떤 국민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면서 포탄도 쏘지 않는다’고 비판하겠지만 앞으로 5~10년 후가 되면 이것이 얼마나 혹독한 공격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대북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도 본보에 “2004년 당시 정부 나름의 대북정책이 있었으니 심리전을 중단할 수도 있었지만, 이러한 정책이 갖는 성과를 볼 때 북한을 바꾸는 것에 실패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11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0년 남북회담을 전후해서 북한당국이 사정하다시피 상호비방 중단 명목으로 심리전을 중단하자고 요청한 것에 비춰보면 북한 당국 스스로가 심리전이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북한 당국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심리전을 통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이런 식의 무모한 도발을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우리 군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대북 확성기 방송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방송은 북한의 무력도발에 따른 대응 차원을 넘어 남북 사이의 정보교차나 동질성 회복, 통일시대를 끌어가기 위한 의미도 있다”며 “적당히 일정기간만 해서는 효과가 크지 않고 북한 사회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앞서 10일 북한의 DMZ 지뢰 매설 사건에 대한 응징 차원으로 경기도 파주 1사단과 중부 지역 등 최전방 지역 2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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