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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좌파는 외면해도 청년은 응시한다"

동성혜 기자/목용재 기자
입력 2015.06.21 10:02
수정 2015.06.21 10:03

<북 인권 NGO 탐방①-북한민주화네트워크·북한전략센터>

북한 인권 관심 높이기위해 청소년 대상 '의식화' 주력

북한의 ‘주체사상’ 신봉이 마치 민주화운동으로 오인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주체사상을 공부했던 ‘한때 운동권들’도 북한의 실체, 정확히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에 걸친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철저히 유린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발걸음은 달라졌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멀리는 15여년 전부터, 가까이는 10여년 동안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시민사회단체라는 이름으로 뚜벅뚜벅 제 길을 걸어왔다. ‘데일리안’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북한 인권에 대한 무지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그럼에도 이들이 있어 희망을 보았다. < 편집자 주 >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통일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청소년 가운데 절반가량인 53.5%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통일의식이 높지 않은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면 남북통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향후 사회의 주축이 될 청소년들의 통일의식이 높지 않아 일각에서는 해당 실태조사 이후 ‘통일부 존폐론’까지 언급됐다고 한다. 그만큼 청소년·청년들의 통일 인식 부족이 남북통일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통일부가 통일준비·통일의식 확산의 일환으로 올해까지 세차례에 걸쳐 ‘통일교육주간’을 개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와 동시에 민간단체들도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통일 의식화 작업에 전력투구 중이다.

해당 민간단체들 가운데 북한민주화네트워크(북민넷·대표 한기홍)와 북한전략센터(전략센터·대표 강철환)는 통일의식을 확산 시키고 젊은 통일일꾼 양성 등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어 그 활동이 두드러진다.

북민넷은 1999년 12월에 창립돼 북한 인권단체들 가운데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단체 중 하나다. 탈북자인 강철환 대표가 이끌고 있는 전략센터도 지난 200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창립한 북한민주화위원회의 법인체로 출발했다가 이듬해 8월에 독립, 지금까지 탈북 청소년·청년들에 대한 통일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한기홍 북민넷 대표는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통일, 북한인권이라는 문제들이 딱딱하고 어두운 주제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면서 “때문에 대학생들이 조를 꾸려 진행하는 ‘통일서포터즈’와 ‘북한인권국제영화제’를 주요 사업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강철환 전략센터 대표도 본보와 인터뷰에서 “탈북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벌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특히 북한 내부 언론의 자유가 목표이기 때문에 탈북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통일리더십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민넷 "'통일서포터즈'와 '북한인권국제영화제'로 통일의식 확산"

북민넷은 대학생들의 통일의식 함양을 위해 지난해부터 ‘통일서포터즈’ 프로그램을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조를 이뤄서 온라인 활동, 통일 미션, 통일아카데미, 통일캠프, 안보견학, 전국 권역별 통일캠페인 등을 직접 기획 추진하면서 통일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주위에 통일 의식을 확산시킨다는 취지다.

북민넷은 대학생 서포터즈들에게 개인명함과 위촉장,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우수 서포터즈들에게는 통일부 장관상 및 중국 연수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기홍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기홍 대표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면 북한인권문제 같은 경우 진보가 오히려 회피하는 이슈인데, 젊은 층들은 이러한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다”면서 “20대들은 북한과 인권 통일 등에 대해 순수하게 접근한다는 측면이 있어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해당 사업은 한시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약 8개월동안 이뤄지는 대장정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아카데미 차원이 아니라 팀 활동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통일 홍보를 벌이고 북한인권, 통일과 관련된 퍼포먼스, 홍보물 제작도 한다. 학생들에게는 자기만의 통일활동을 한다는 것이 인센티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민넷은 지난 2011년부터 ‘북한인권’을 소재로 한 ‘북한인권국제영화제’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인권과 통일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좀 더 즐겁고 쉽게 풀어내기 위한 시도다.

여전히 소규모 영화제라는 점, 좀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아야 한다는 과제가 있지만 올해까지 영화제가 개최되면 벌써 다섯 번째 영화제인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들의 관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북민넷 측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영화제는 문화적으로 북한인권과 통일에 접근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면서 “우리 영화제가 비록 참가자들에게 소액 지원밖에는 안 되지만 지난해 영화제는 예전보다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이틀 동안 약 천명이 관람해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과 북한인권과 통일을 소재로 한 좀 더 감동적인 작품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면서 “북한인권과 통일에 대한 좀 더 감동적인 소재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텐데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전략센터 "탈북 대학생들을 북한 언론의 중추로"

전략센터는 탈북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에 특화돼 있는 단체다. 북한 전문 언론인 양성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탈북 대학생 지원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남한 청소년들의 북한인권·통일에 대한 인식 개선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의 기자 경력이 있는 강철환 대표는 통일에 있어서 탈북자들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인식하는 인사 중 하나다. 특히 현재 이름뿐인 북한의 언론을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탈북자들이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저널리즘 아카데미’는 탈북청년들을 대상으로 매년 6개월 과정으로 두 차례 진행된다. 이 아카데미를 통해 탈북청년들은 보고서 작성법, 실용 글쓰기 방법, 논설 및 칼럼 작성법 등을 배우게 된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강철환 대표는 “북한민주화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에 언론의 자유가 와야 한다”면서 “우리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북한을 위해서 탈북 대학생들을 상대로 저널리즘 교육, 글쓰기 교육, 통일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자기 주장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탈북 청년들이 다시 북한으로 갔을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라면서 “탈북 청년들을 가르치는 목표는 저널리스트”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가 탈북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통일과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 확산 외에도 탈북 대학생들의 원활한 정착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남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교 보고서부터 써야 한다. 탈북 청년들은 이것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글쓰기 교육을 하는 것도 있다. 이 과정이 심화되면 재능있는 친구들은 남한 언론사 취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략센터는 ‘통일교육 강사’를 양성해 탈북 청년들을 통일과 북한인권의 메신저로 양성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탈북 대학생들에게 연설 훈련을 시키거나 ‘통일전도사’로서의 사명감을 심어주는 교육도 병행한다.

강 대표는 “탈북 대학생들이 남한에 와서 ‘나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이 친구들에게 능력을 키워서 강연도 진행하게 하고, 먹고 살기 위해 남한에 온 것이 아니라 남북의 작은 통합을 위해 왔다는 통일전도사로서 사명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쓰기 교육과 연설 교육 등을 받은 탈북 청년들은 앞으로 북한이 열릴 때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은 것”이라면서 “남한 사람이 북으로 올라와서 활동을 하는 것보다 동향인 탈북자들이 올라와서 통일에 역할을 하면 그 효과는 더 높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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