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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방송 듣고 자란 그들이 대북 방송 만드는 이유?

동성혜 기자/목용재 기자
입력 2015.06.29 05:50 수정 2015.07.03 10:05

<북 인권 NGO 탐방②-대북 민간 방송 3사>

"여기는 평양" "여기는 서울" 이견에 갈라서기도

북한의 ‘주체사상’ 신봉이 마치 민주화운동으로 오인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주체사상을 공부했던 ‘한때 운동권들’도 북한의 실체, 정확히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에 걸친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철저히 유린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발걸음은 달라졌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멀리는 15여년 전부터, 가까이는 10여년 동안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시민사회단체라는 이름으로 뚜벅뚜벅 제 길을 걸어왔다. ‘데일리안’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북한 인권에 대한 무지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그럼에도 이들이 있어 희망을 보았다. < 편집자 주 >


자유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주사파 그룹이 1990년대 후반 ‘주사파의 대부’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의 뒤를 따라 대거 전향, 북한인권운동에 나서면서 한국 사회에 북한의 인권유린 실상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적극적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려도 북한 자체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북한 자체를 변화시킬,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변화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북한의 ‘대남방송’을 들으며 남한 내부의 혁명을 준비한 경험이 있던 이들이 꺼내든 해답은 ‘대북방송’이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민간 대북방송들은 현재 3사가 운영 중이다. ‘국민통일방송’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한 대북 민간방송인 자유조선방송과 열린북한방송은 각각 지난 2004년과 2005년 북한으로 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고 탈북자가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과 북한개혁방송은 각각 2004년과 2007년 방송을 시작했다.

민간 대북방송의 선발주자였던 자유조선방송과 자유북한방송은 당초 1개의 회사로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이견이 나오면서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오프닝과 엔딩 멘트에 대한 생각차이 때문이었다.

당시 자유조선방송 측에서 추진했던 라디오 엔딩 멘트는 “여기는 평양입니다”였고, 자유북한방송에서 추진했던 오프닝 멘트는 “북녘에 계신 청취자분들 안녕하십니까 여긴 대한민국 서울입니다”였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전 자유조선방송 대표)는 최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대북방송 초창기 자유조선방송의 이름도 자유조선중앙방송이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에 맞대응한 반체제 방송이라는 것으로 북한 사람들을 자극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조선중앙방송이라는 이름 앞에 ‘자유’만 붙인 것이었다. 엔딩 멘트도 ‘여기는 평양입니다’라고 하면서 북한 내에 반체제 세력이 있다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방송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유조선방송 같은 경우는 북한 내에 민주화 운동을 할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비공개로, 마치 북한 내에 반체제 민주화운동가들이 하는 것처럼 하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하는 대북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고 때문에 처음에는 같이 활동을 하다가 2004년께부터는 각자 성격에 맞는 방송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도 본보와 인터뷰에서 “같은 대북방송을 하는데 몇 가지 의견을 모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한민국에서 송출하는 대북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중요한 인식차이였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대북방송 3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을 ‘각성’시키기 위해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송출하고 있지만 ‘대북방송협회’(회장 강신삼)라는 이름으로 북한인권과 북한민주화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통일방송 "대북방송, 국내에서 송출하는 것이 목표"

국민통일방송의 모체인 자유조선방송과 열린북한방송의 멤버들은 라디오 방송의 문외한이었다. 대북방송 초창기 시절을 진두지휘했던 한기홍 북한민주화네워크 대표(당시 자유조선방송 대표)와 최홍재 전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단장 등은 스스로 원고를 작성하고 방송제작 설비를 들여다가 아마추어 라디오 녹음을 시작했다.

당시 열린북한방송 대표였던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 송출을 위한 전파 확보, 재원 마련을 위해 해외를 전전했다. 민간대북방송 출범 초기에 열린북한방송은 송출 대행사로서의 역할을, 자유조선방송과 자유북한방송은 프로그램 제작사로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광백 대표는 “첫 송출은 2005년에 이뤄졌는데 그 전까지는 인터넷에 조금 올려놓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이거나 소형 안테나를 가지고 휴전선이나 군사분계선 같은 곳에서 송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도 했다”면서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당시 초창기 자유조선방송의 콘셉트가 ‘북한 내 반체제 방송’이었기 때문에 방송 출연자들은 모두 어설픈 북한 사투리를 구사해야 했다. 여기에 원색적인 북한 체제 비난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만들었던 프로그램을 탈북자들에게 들려줬더니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우리 나름대로 꽤 닮았다고 좋아했지만, 매일 2~3시간 씩 북한 말투를 연습해 녹음했지만 정작 북한주민이 듣기에는 어색하고 거북했다는 것이다”라면서 “어설픈 북한 방언과 프로파간다로는 청취자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했고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데도 제약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방송 목적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말투를 바꿔 녹음하지 않았고 원색적인 대북 비난도 하지 않았다”면서 “대신 중국의 개혁개방 사례, 북한 주민의 민주화, 인권과 관련된 프로그램 등의 컨텐츠를 개발해 송출했고 그때부터 반체제 방송이라는 콘셉트를 버리고 회사 이름도 자유조선중앙방송에서 자유조선방송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후 열린북한방송도 송출 대행사가 아닌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 송출하면서 각자의 길을 걷다가 지난 2013년부터 민간대북방송을 통합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민간대북방송들이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민간대북방송 청취율을 자체 조사해본 결과는 2%.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개혁하기에는 그동안의 활동이 미진했다는 자체평가가 나온 까닭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지원을 받는 재정 규모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대표는 “2012년부터 통합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2013년에 들어선 이후에야 북한 인권과 민주화 방송, 통일 시대를 국민들을 참여시켜 준비해보자는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대북방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결국 남한 사람들의 지원과 그들의 힘을 모아서 남한에서 전파를 송출하자는 목적으로 ‘국민통일방송’을 춤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남북 주민들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를 통일준비를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해보려 한다”면서 “그러려면 전파를 해외송출로만 하면 안 된다. 남한에서 송출할 수 있게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국회의원, 소관부처 기관장들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들의 대북방송 '자유북한방송' "우리 콘셉트는 탈북자 특유의 투박함"

자유북한방송은 탈북자 특유의 ‘투박함’으로 북한 청취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짜임새, 구성·기획력 등은 여타 민간 대북방송보다 부족하다고 자인하지만 이점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차별성이라는 것이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성민 대표는 “솔직히 우리는 특화된 것이 없다. 사실 다른 대북방송들보다 활동을 잘 못하고 투박하다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은 열정 뿐”이라면서 “그래서 억지스러운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름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가 하는 방송은 북한 주민들이 듣기 더 친숙하고 쉬울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김정일의 김일성 암살설을 극화해서 이 내용을 송출했었는데 북한주민에게 이 내용과 관련해 연락이 오는 등 매우 인기가 좋았다. 다른 회사 같은 경우에는 이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으로 만들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탈북자들의 생각을 북한주민에게 전달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탈북자들이 만드는 우리 방송은 북한 주민의 기호를 맞춰서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성민 대표가 자유북한방송을 탈북자들로만 이끌고 있는 것은 남한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남한 사람들의 경우 요구하는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탈북자 CEO가 남한 직원을 부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민통일방송은 남한 사람들이 주축으로 탈북자들이 합류해 같이 운영하고 있지만 자유북한방송은 탈북자인 내가 한국사람들을 직원으로 고용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면서 “탈북자끼리 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지만 탈북자가 남한 직원을 고용한다는 것은 임금 문제도 있고 관리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자유북한방송은 6월에 접어들면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운영자금 상황이 개선되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하루 1시간 송출했던 방송은 6월부터 2시간으로 확대됐으며 특히 새로운 구성원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찾아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그래도 약 10년간의 대북방송 노하우를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방송국 직원들이 많지는 않지만 준비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장은 미국에서 열리는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준비하고 그 이후에는 대대적인 방송 개편과 대북 통신원의 역량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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