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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해라? '스물 셋 손흥민' 급할 게 없다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3.20 06:50
수정 2015.03.20 16:32

레버쿠젠 16강 탈락과 함께 팬들 '손흥민 이적' 목소라

최소한 병역특례 걸린 올림픽 이후 논해도 늦지 않아

손흥민의 입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이적은 따져볼 부분이다. ⓒ 게티이미지

우리는 종종 축구 선수들의 나이를 잊곤 한다.

슈퍼스타의 경우 특히 그렇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1992년생으로 만 23세에 불과하다. 대부분 무엇을 이뤘다기보다는 가능성을 지닌 나이다. 손흥민을 대하는 분위기를 보면 이러한 것들이 종종 주변부로 밀려나는 듯하다. 23살은 누구나의 인생에서 시작점에 불과하다. 더 어릴 때부터 평생 축구선수만 꿈꾼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30대 중반까지의 선수 생활을 가정해도 최소 10년은 남았다. 흔히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으니 지금의 손흥민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기량이 뚝 떨어질 일도 없다. 특히, 손흥민에겐 그의 '곁눈질'을 가로막을 호랑이 아빠가 버티고 있다.

손흥민의 나이를 꺼낸 이유는 최근 그의 이적을 바라는 여론 때문이다.

지난 18일 레버쿠젠이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해 짐을 싸며 손흥민의 도전은 또 다시 멈췄다. 지난 시즌에도 레버쿠젠은 16강에서 파리생제르맹(PSG)에 덜미를 잡혔다. 때문에 손흥민 성장을 위해 '빅클럽'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 여름 이적시장이 적절한 시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의 팀 내 입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이적은 따져볼 부분이다.

올 시즌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지금 막 유럽 진출을 선언해도 이른 나이인 손흥민이 이런 것들을 쉽게 내던질 필요는 없다. 지난 시즌만 보더라도 손흥민은 PSG와의 1차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 45분을 뛰다 교체됐다. 2차전에서는 후반전에 교체 투입됐다.

레버쿠젠의 가장 중요했던 경기에서 손흥민의 입지는 올 시즌 비약적으로 넓어진 셈이다. 팀내 최다 득점자로서 에이스라는 평가가 손흥민에겐 항상 뒤따르고 있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병역 문제다. 한국 축구는 최근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두 번의 병역특례를 따냈다. 그러나 손흥민은 모두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2012년에는 어리다는 게 이유였다. 2014년에는 정말 잘해서 레버쿠젠이 그를 놓지 못했다.

사실상 손흥민에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묘하게도 손흥민과 레버쿠젠의 계약 기간은 2018년 6월까지다.

최소한 내년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라도 레버쿠젠에 남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기반을 닦은 곳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섣불리 주전 경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빅클럽으로 이적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또한 그 어떤 선수도 출전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대표팀에 들어올 수 없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손흥민이 기성용, 이청용, 김보경 등과 다르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미드필더로 뛰는 이들과 달리 공격수인 손흥민은 골을 넣어야 한다. 골은 절대 혼자 넣을 수 없다. 팀 내 입지나 선수들과의 호흡이 필수다. 제아무리 리오넬 메시라도 동료가 그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고 팀 전력마저 약체라면 골을 넣기 어렵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챔피언스리그에 꾸준히 나가고 있는 레버쿠젠은 결코 약체가 아니다. 이런 팀에서 23살의 어린 나이에 에이스로 거듭난 손흥민이 급하게 이적을 논할 필요는 없다. 내년 올림픽 이후에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도 충분하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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