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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의 불필요한 멘트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3.19 14:29
수정 2015.03.20 11:26

이동국·김신욱 등 탈락 이유? 형평성 문제 야기

탈락 선수 향한 불필요한 말..일관성 흠집 우려

울리 슈틸리케 감독.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지난 17일 3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지동원-김보경 등 그동안 슈틸리케호에서 한 번도 승선하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들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반면 아시안컵 멤버였던 이근호를 비롯해 대표팀 복귀가 예상된 이동국-김신욱 등 기존 공격수들은 대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아무래도 공격진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지적했듯이 현재 대표팀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쓸 만한 공격수의 숫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지동원과 이정협, 단 2명의 공격수만을 선발했다.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기보다 두 선수를 집중적으로 점검해보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지동원은 최근 도르트문트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후 꾸준히 공격수로 중용되며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정협은 이미 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발탁하며 능력을 충분히 확인한 케이스다. 둘 모두 대표팀에 다시 발탁될 만한 조건은 충분히 갖춘 셈이다.

문제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동국, 김신욱, 이근호 등을 탈락시키면서 출전 시간과 경기 감각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K리그 개막 이후 활약하며 주목받은 몇몇 선수들에 대해서도 "1~2경기 잘했다고 대표팀에 뽑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은 아무나 쉽게 올수 있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논리대로라면 지동원이나 이정협을 뽑는 이유 또한 몹시 궁색해진다.

지동원은 도르트문트 시절 올 시즌의 절반을 경기 출전 없이 2군에서 날렸다. 최근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이후에는 출전시간이 늘긴 했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벌써 8경기 째 골 침묵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히 공격 포인트가 없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활약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최근 K리그에서 김신욱의 골에 대해 '사실상 골키퍼의 자책골'이라고 혹평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유효슈팅도 시도하지 못하거나 전반 종료와 함께 교체된 지동원의 경기들은 봤는지 궁금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동국이 올해 K리그에서 몇 분을 뛰었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1부 리그에서 교체로라도 경기에 나온 이동국에 비해 이정협은 아예 아시안컵 이후 공식경기 출전 기록조차 없다.

이정협이 소속된 K리그 챌린지(2부리그)가 아직 시즌 개막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정협을 첫 발탁할 때는 당장 아시안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깜짝 발탁이라도 공격수 보강이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선발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이 제시한 원칙(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대표팀 발탁)은 물론 옳다.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역대 감독들도 대부분 처음엔 이런 원칙을 선언하고 실제로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지동원-이정협을 선택하든, 이동국-김신욱을 선택하든 그것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선발하는데 처음부터 '그 선수가 지금 필요한 이유'만 타당하게 제시하면 되지, 공연히 탈락한 선수들에게 오락가락한 잣대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일관성 없는 태도는 감독의 리더십과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처음부터 지동원-이정협을 더 점검하고 싶었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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