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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핵 포기는 불가능"

김소정 기자
입력 2015.01.01 15:11
수정 2015.01.02 11:31

남북대화 재개에는 응하되 자신들의 기존 입장 고수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우회적으로 요구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한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남북 고위급 접촉을 재개할 수 있으며 분위기가 마련되면 남북 정상회담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마저 시사하면서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물론 통일정책에 대한 반대 의지를 강조해 남북대화 재개에는 응하되 자신들의 기존 입장 고수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신년사 연설문에서 대남 부분의 분량은 2013년에 비해 1.5배 증가됐다.

김 제1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하여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리고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김 제1위원장은 남한에 대해 체제대결 중단을 요구하고 핵개발 의지도 천명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식 사회주의 제도를 남한에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남한 당국은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 대로 조국통일 문제를 사상과 제도를 초월해 민족 공동의 이익에 맞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될 경우 가장 민간함 현안인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발언도 이어갔다.

김 제1위원장은 특별히 경제·건설 분야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대외경제 부문을 포함시켜 “대외경제 관계를 다각적으로 발전시키며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들을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나가야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에 대한 비난과 함께 핵무기 개발 명분도 재차 강조했다.

김 제1위원장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오늘의 현실은 우리가 선군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억척같이 다지고 나라의 생명인 국권을 튼튼히 지켜온 것이 얼마나 정당했는가를 실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이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당 중심과 유일 영도체계를 강조하고, 그동안 강성대국을 만들기 위한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면서 발전된 무력도 과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당 창건 70돌을 맞는 올해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야 한다.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끊임없이 심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방공업 부문에서 당의 병진노선을 관철해 군수생산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다그치며 우리 식의 위력한 최첨단 무장장비들을 적극 개발하고 더욱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북한 당국은 새해 남북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군사 태세와 내부 사상 통제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번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 선전 공세를 강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기존 입장은 군사훈련 중단, 사상과 제도를 절대시 하는 체제대결 중단, 제도통일 추구 중단과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선언의 준수를 촉구로 요약할 수 있다.

즉, 우리 정부가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수용할 때가 자신들이 말하는 ‘진실로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 되는 것으로 우리 정부의 대화 의지를 살피는 탐색전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지원 등 단계별로 신뢰 구축을 표방한 정부의 대북정책과 엇박자를 낼 경우 남북관계가 급진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앞서 통일준비위원는 1월 중 남북대화와 2월 설 계기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했지만 2월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열리는 만큼 남북관계가 또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김 제1위원장이 어느 국가의 정상과도 만난 것이 없으며,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남북대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오는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지난 2013년부터 3년째 육성으로 발표된 김 제1위원장의 올해 연설은 약 30여분간 진행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신년사 연설의 모두 부분만 방영되고 나머지 부분은 대체화면으로 내보낸 것과 달리 올해에는 조선중앙TV가 연설의 모든 장면을 방송해 김 제1위원장의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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