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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원톱 액션 영화, 더 늙으면 못할까봐..."(빅매치 인터뷰)

부수정 기자
입력 2014.11.26 09:48
수정 2014.11.28 15:06

신작 '빅매치'서 격투기 스타 최익호로 분해

"어깨 인대 끊어져 고생…고민 많았던 작품"

배우 이정재가 영화 '빅매치'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격투기 스타 최익호로 분했다. 영화는 26일 개봉한다. ⓒ 호호호비치

숨 쉴 틈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맞고 또 맞아도 다시 일어선다. 영화 '빅매치'(26일 개봉)에서 이정재는 대한민국 최고의 격투기 스타 최익호로 분해 온몸을 불사른다. '빅매치'는 이정재의 원맨쇼라고 할 만큼 이정재의, 이정재를 위한, 이정재에 의한 영화다. 이정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칠 줄 모르고 활발하게 움직인다.

"'빅매치' 최익호 캐릭터, 액션신 많아 고생"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빅매치'는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준비 기간 5개월과 촬영 기간 6개월 내내 격투기 훈련과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식단 조절부터 시작해서 잠잘 때까지 운동했어요. 1년 내내 이런 생활을 반복했죠. 배우는 맡은 역할에 맞춰 몸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운동량이 상당해서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컸어요."

그러다 어깨 인대가 끊어졌다. 숟가락을 드는 것도 힘겨웠고, 고통은 심해졌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욱신욱신 쑤셨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건 캐릭터 때문이에요. 제 나이에 파이터 역할은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원톱 액션 영화를 꿈꿔왔다고 했다.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관상' 끝나고 바로 영화를 찍고 싶었죠. 시나리오를 받은 것중에 가장 경쾌했고, 조금은 풀어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젊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정재의 말처럼 영화는 그의 생생한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근육질 몸매는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했다. 익호는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지만 앞만 보고 질주한다. 뛰는 장면이 너무 많아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이정재는 "처음부터 끝까지 100%의 힘으로 달렸다"며 "안 나오는 힘까지 짜내서 달렸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나온 액션신은 통쾌하고 또 짜릿했다. "액션에 유머 코드를 넣었죠. 무거움을 최대한 배제하고 유머러스한 동작으로 연기했어요."

액션 연기의 정점을 볼 수 있는 장면은 익호가 경찰서를 탈출하는 신이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몸놀림에선 한 치의 망설임도 느낄 수 없다.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에요. 촬영할 때 제일 먼저 찍었는데 현장 스태프와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경찰서 일대를 누비는 신이라 분량도 길었고요. 영화의 전체적인 톤을 잡아주는 시퀀스여서 공들여 찍었죠."

그는 액션 연기가 어렵지만 두렵진 않다고 했다. 다만 몸을 보여줘야 하는 작품을 당분간 피하고 싶다고. 단 한 컷을 위해 고생한 시간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빅매치'에선 이정재의 코믹 연기도 볼 수 있다. 불법 도박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코믹 연기는 끼가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리액션을 잘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는데 오버하진 않았어요. 어쨌든 코믹 연기는 어렵습니다.(웃음)

영화에는 이정재 외에 신하균, 이성민, 라미란, 김의성 등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정재는 "이성민 선배가 배려해준 덕에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악역 신하균에 대해서는 "잘하는 배우라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았다"고 전했다. 이정재와 신하균은 촬영 기간 5개월 동안 3~4일 정도밖에 못 만났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액션 연기 호흡은 자연스러웠다.

가수 출신 연기자 보아에 대해서는 "연습이나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영화를 반짝이게 해줘서 여주인공으로 적격"이라고 전했다.

이정재는 상대 배우들 덕분에 영화의 유쾌한 오락 요소가 잘 표현됐다고 했다.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는 분량이 많지 않아서 걱정했어요. 다른 배우들이 워낙 잘해줘서 제가 더 재미있게, 유머러스하게 연기해야 하는 걱정이나 부담들을 털 수 있었죠."

배우 이정재가 영화 '빅매치'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격투기 스타 최익호로 분했다. 영화는 26일 개봉한다. ⓒ 호호호비치

"20년 동안 인기 누렸지만 슬럼프도 겪어"

청춘스타였던 이정재도 어느덧 40대가 됐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여전히 멋있고, 여성 팬들을 홀리는 특유의 눈빛은 변함없다. 20년 동안 정상의 인기를 구가한 그도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2005년 영화 '태풍' 이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때였다.

"남성적인 캐릭터를 맡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제 고집대로 시나리오를 고르다 보니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시간도 자연스레 흘러갔죠. 그때 느꼈어요. '내가 기다린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요. 이후에 욕심을 버리고 좋은 작품에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쉬지 않고 다작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2010년 '하녀'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이정재는 이후 '도둑들'(2012·1298만) '신세계(2012·468만명)' '관상(2013·913만명)' 등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충무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그는 이런 수식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배우, 관계자들이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가 되는 건 행복한 일이죠. 영화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배우, 스태프, 그리고 투자자들을 생각해야 하니까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느껴요. 배우들이 흥행의 흐름을 탔다고 해서 다 잘 되는 건 아니에요. 영화적 완성도나 개봉 시기가 잘 맞아야 인기를 얻는 것 같아요. 전 제가 맡은 연기를 열심히 할 뿐이죠."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연기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배우는 자신과 꼭 맞는 작품을 만나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다. 이정재는 작품을 선택할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감정적으로 끌리는 걸 찾는다고 했다.

"대본에 쓰여 있는 글자에서 살아있는 감정이 느껴지면 감정을 표현하기도 수월해요. 이것저것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고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을 선택하죠. 제가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여야 하고요."

이정재는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에는 타인의 단점이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좋은 모습이 눈에 들어와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40대 배우로서의 목표는 일단 건강이에요.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꼈거든요. 건강이 최고입니다."(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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