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천지 '뽐뿌', 판치는 카드 불법모집…무기력한 금융당국
입력 2014.10.07 15:59
수정 2014.10.10 14:45
카드발급으로 최고 25만원까지…은어 사용하며 단속 피해
금감원 "협회와 카드사에서 하고 있다"
여신협회 "미스터리 쇼핑을 할 수 없어 잡아내기 어려워"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가 신용카드 불법 모집에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대다수 카드모집인은 1만원을 뜻하는 '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감독당국의 단속을 피해 버젓이 불법모집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또한, 사실상 이를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손을 놓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상적으로 모집활동을 하는 카드모집인과 카드소비자만 피해를 받고 있다.
7일 카드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카드, 국민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등 대다수 카드사의 모집인은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서 신용카드 신규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대개 이들은 "지금까지 이런 혜택은 없습니다", "오늘 2시까지만 세게 달리겠습니다", "비교불가 망하는 혜택으로 보상하겠습니다"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모집활동을 벌였다.
특이한 점은 게시 글에 카드상품을 설명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정작 제목에서 강조한 어떤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은 한 글자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는 감독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하다.
게시 글 하단에는 카드모집인에게 '쪽지를 보내달라'는 내용의 댓글만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실제 댓글을 달자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카드모집인은 법에서 정한 그 이상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쪽지를 보내왔다.
일례로 S카드 모집인이라고 밝힌 한 카드모집인은 쪽지에서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카드를 발급하면 별 18개, 일반 카드를 발급받으면 최소 별 8개부터 17개까지 제공한다고 알렸다. H카드 모집인의 경우 7개월 동안 매달 50만원 이상 카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별 25개를 준다고 소개했다.
뽐뿌에서 말하는 '별'은 현금 1만원을 뜻한다. 이들은 단속에 걸릴 것을 염두에 두고 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 카드모집인은 통화에서 "연회비 7만5000원은 본인이 내고, 대신 카드발급 심사에서 확인되는 즉시 별 17개를 입급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족이나 친구를 소개해주면 별 3개를 추가로 더 주겠다"고 귀띔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보면 카드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과정에서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 같은 불법이 별이라는 용어로 우회하며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카드모집인이 회원에게 주는 현금은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이 아니다. 카도모집인 수당에서 나온다. 카드모집인은 자신이 속한 카드사에서 받을 인센티브를 생각해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모집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모집인이 혜택을 제공하는 '조건'을 보면 단순히 카드모집인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카드모집인은 신규회원을 모집하면서 '3개월 동안 매월 얼마 이상을 사용하고 6개월 동안 해지하지 않는 조건'으로 혜택을 제공한다. 또 해당 카드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기록이 없거나 해지한지 6개월 이상 지난 신규회원이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붙인다.
이는 카드사가 카드모집인에게 실적수당을 제공할 때 적용되는 조건과 같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불법 카드모집 활동은 카드모집인과 신규회원만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구조다.
예컨대 카드모집인이 신규카드를 발급받았을 때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아도 회원은 어떤 권리를 요구할 수 없다. 반대로 새로 카드를 발급받은 회원이 카드모집인과 약속대로 3개월 동안 약속한 금액을 쓰지 않고, 바로 해지한다면 카드모집인만 미리 신규회원에게 지급한 돈을 날리게 된다.
정상적으로 모집활동을 하는 카드모집인과 카드를 발급받은 회원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하지만 이를 감독하고 시장질서를 만들어야 할 금감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아직 깜깜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일일이 들여다보거나 미스터리 쇼핑을 할 수 없으므로 개별 카드사나 여신금융협회에 온라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금감원에서 따로 미스터리 쇼핑을 하지 않는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목을 보고 그게 문제가 있는지 걸러내는 수준"이라며 "쪽지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과정까지 들여다볼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협회가 미스터리 쇼핑까지 펼치며 잡아낼 권한이 없어 단속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