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송광용 수사... 알고도 때를 기다린건가?
입력 2014.09.24 15:21
수정 2014.09.24 16:07
<기자수첩>인사수석실 신설 이전과 다른 시스템 보여주길 기대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의 사퇴로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청와대는 자료까지 내고 이례적으로 송 전 수석의 인사검증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 자료를 살펴봐도 이번 문제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24일 청와대에 따르면 송 전 수석은 지난 6월 10일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송부한 ‘자기검증질문서’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거나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거짓말을 했다.
청와대는 또 서초경찰서 수사경찰관이 송 전 수석을 6월 9일 조사한 뒤 이를 전산 입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6월 10일 경찰에 송 전 수석에 대한 범죄 및 수사경력 조회를 요청하자 ‘해당사항 없음’이란 회신을 받았다는 것. 이후 청와대는 6월 12일 송 전 수석에 대한 내정을 발표했다.
이후 경찰은 7월 31일 송 전 수석을 불구속 입건했고 청와대가 이를 인지한 시점은 거의 두 달이 지난 9월 19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먼저 의문이 드는 점은 경찰이 송 전 수석에 대한 입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과연 경찰이 보고를 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는 경찰이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 수석이 불구속 입건됐는데 청와대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경찰 문책감이다. 청와대 설명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6월 12일 송 전 수석에 대한 내정이 발표된 이후 3개월 간 자신들이 수사하는 사람이 청와대 수석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경찰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3개월간 숨겨온 게 아니라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만약 경찰이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고위공직자검증팀이 이들 수석들에 대한 검증을 담당하고 있는데 왜 3달이 넘도록 이런 사실을 몰랐나하는 것이다. ‘본인이 거짓말을 하고 경찰이 보고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청와대라도 이러한 사실을 모를 수 있다.’ 청와대 설명은 딱 이 수준이다.
또 정말 청와대가 몰랐다면 이건 더 큰 문제다. 결국 청와대가 송 전 수석의 말만 믿고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수석을 뽑는데 본인의 말만 믿고 자세한 후속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큰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수석으로 내정된 이후에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의문이 남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순방을 가는 당일 송 전 수석에 대한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순방과 사표수리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이 건이 9월 16일에야 전산조회가 가능하도록 입력되었고 민정수석실에서 19일에야 송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모든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을 미리 알았으면서도 대통령 순방 일정에 맞춰 급하게 이 사안을 마무리하려 했다는 인상을 쉽게 지울 수 없다. 지난 6월은 안대희와 문창극 2명의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결국 정홍원’이라는 인사파동을 겪던 시기다. 청와대가 송 전 수석 내정 직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쉽게 밝히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지난 8월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정진철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를 임명한 바 있다. 인사수설실 신설 이후 청와대가 어떤 인사시스템을 보여줄지 지켜봐야할 시기가 왔다. 더 이상 인사시스템 문제로 청와대가 내홍에 휩싸이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