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안경환? 박영선 '제2의 박근혜' 노리나
입력 2014.09.12 10:32
수정 2014.09.12 21:19
박 대통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 파격 외부인사 '성공'
박 대통령은 전권 위임받았지만 박영선은 당내 의원들 반발만

2011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혁신이라는 기치 아래 비대위원 10명 중 6명을 외부 인사로 채웠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던 김종인 전 의원, 우리 나이로 27세에 불과했던 이준석 씨 등 비대위원의 면면도 파격 그 자체였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도 박 대통령은 공직후보자추천위원 11명 중 8명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당시 공천추천위원장은 정홍원 현 국무총리로, 당외 인사들이 당내 공천 작업을 주도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교섭단체 원내대표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도 최근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과 닮은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직과 당대표직 병행에 어려움을 겪던 박 위원장은 지난 10일 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새 비대위원장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으로 영입을 추진했던 인사는 박 대통령의 사람이었던 이상돈 교수와 진보계열 학자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였다.
당 안팎을 불문하고 두 인물에 대해 영입을 시도한 것은 의외의 행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교수는 비대위원 외에도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정치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새누리당의 총선과 대선 승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는 적군의 장수에 손을 내민 것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국민공감혁신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비대위원 중 상당수를 외부에서 영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의 계획대로라면 새정치연합의 비대위에서 외부 인사의 영향력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 한나라당보다 막강해진다.
박 대통령 역시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 인사를 배제하고, 당내 비주류 인사들과 개혁 성향의 외부 인사들을 영입했었다. 실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했던 이종인 전 의원은 활동기간 내내 새누리당의 경제정책과 정반대의 노선을 지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위원장과 박 대통령이 처해있던 당내 상황도 유사하다. 먼저 박 위원장은 7.30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당대표직 사퇴로 비상당권을 거머쥐었다. 특히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계파주의와 공천파동이 지적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당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 대통령도 전직 당대표였던 홍준표 현 경남도지사가 박희태 전 의원의 공천헌금 파동,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시장직 사퇴 등 잇따른 악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비대위원장에 올랐다. 당이 구태, 비리 이미지로 얼룩져 4.11 총선 승리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선택지는 당 혁신과 개혁밖에 없었다.
공통적으로 박 위원장과 박 대통령 모두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당 혁신을 꾀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나 당과 인연이 없는 개혁적 또는 반대 성향의 인물을 끌어들임으로써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상돈 영입 무산 위기…박영선 설득, 문재인 중재 변수로 작용할 듯
하지만 박 위원장의 실험이 결과까지 박 대통령을 닮지는 못했다. 박 대통령은 비대위원장 시절 강력한 대권주자로서 당무 전권을 위임받아 행사했지만, 박 위원장은 당내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당장 비대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강경파 모임으로 분류되는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이 교수에 대한 영입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이 교수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이유로 이 교수는 당이 자신의 개혁방식을 수용할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는 이 교수에 대한 영입이 물 건너감에 따라 박 위원장의 구상 자체가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당내 의원들이 이 교수에 대한 영입을 반대한 시점은 안 교수 영입 추진 사실이 알려지기 전이다. 따라서 안 교수를 통해 비대위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박 위원장의 구상이 당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당내 여론이 변화할 여지도 있다.
또 이 교수가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하겠다고 밝힌 것이 아닌 만큼, 새정치연합이 당 차원에서 재차 영입을 추진한다면 이 교수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문 의원의 역할론도 강조된다. 문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의 수장격으로, 문 의원의 중재 노력에 따라 친노계 의원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박 위원장 역시 이 교수에 대한 영입 사실이 알려지기에 앞서 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위원장은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애초 나의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외부 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라는 두 개 축으로 진행됐고, 많은 분들과 접촉했다”며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게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해 갖춰야할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