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올린 정부여당, 2006년엔 '500원 인상' 반대?
입력 2014.09.11 15:57
수정 2014.09.11 15:59
한나라당 시절 "참여정부의 담뱃값 인상, 세수 확보 위한 것" 반대성명 내
새정치연 "세수 부족 메우려는 꼼수" 새누리 "2천원 인상은 과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등의 ‘종합 금연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지난 2006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참여정부가 추진하려던 담뱃값 500원 인상에 반대성명을 발표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한나라당이 2006년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세수확충 목적의 담뱃값 인상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한 보건복지위원회 정책 성명을 11일 공개했다.
성명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은 “담배 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역진성을 심화시키고 밀수와 사재기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하고 물가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면서 “노무현 정부가 담배 가격을 인상하려는 주목적은 흡연율 감소와 국민건강증진보다는 애초부터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2005년 9월 청와대 회담에 참석해 노무현 정부의 담배·소주 가격 인상 대책에 대해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은 즉각 맹공에 나섰다.
김영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담뱃값 인상 반대 발언을 언급한 후, “서민과 흡연가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며 “‘값 인상’이라는 애매한 말로 증세에 따른 저항을 줄이려는 것은 흡연가와 국민 모두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도 이날 오전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구멍 난 정부 재정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며 “담배 가격 중 일부는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금연을 위해 사용되는 것인데, 대부분 금연과 관계없는 다른 분야에 사용됐다. 즉 복지부의 쌈짓돈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잘못된 건강증진기금 사용에 대한 반성과 제대로 사용하겠다고 하는 정책 제안 없이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허구”라며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정말 국민건강을 위한 것인지 누구의 부담을 통해 해결해야할지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민 건강’과 흡연의 사회적 비용 등을 이유로 들어 인상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되, 2000원이라는 대규모 인상폭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나타내며 재검토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담배는 기호식품이긴 하나 본인의 건강보다는 옆에서 그 담배연기를 억지로 맡아야 하는 주변사람을 위해서라도 금연을 해야 한다”면서 “그런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담배가격을 중폭 인상해야한다”고 말했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도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담배가격은 지난 2004년 500원이 오른 이래 동결된 상태인데다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7000원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한 후, “국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야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담뱃값 인상문제를 다뤄야한다”며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대해 “2000원 인상은 과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면서 “1500원 인상으로 내일 입법 예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