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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연 온건파, 깃발 들었지만 구심점은 없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4.09.04 11:31
수정 2014.09.04 11:38

잇단 회동 갖고 목소리 내지만 계파없어 구심력 약해, 세력화 여부 미지수

당의 장외투쟁에 반대해 온건파로 불리는 박주선,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논의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내 중도파 의원들이 최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강경 장외투쟁에 반대 서명을 내는 등 본격적인 세력화 모색에 나섰으나, 특정 계파를 중심으로 한 구심점이 없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주선·조경태·황주홍 의원 등 ‘장외투쟁 반대’ 연판장에 이름을 새긴 중도파 의원 10여명은 지난 2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의 병행 처리를 비롯해 향후 국회 일정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이들 중 일부는 전날인 1일에도 오제세 의원과 같은 당내 비노 계열 인사들을 만났으며, 지난 달 박주선 의원 등은 대표직 사퇴 후 복귀시기를 저울질 중인 안철수 의원과도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찬회동 후 박 의원은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연계하면 안 된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지금 우리 당은 민심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행보를 하고 있다. 민심의 지지를 받지 않은 행보는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요즘 호남 쪽에서 당내 온건파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지지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당이 더 이상 강경파에 끌려 다니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추석이 끝난 직후 다시 모임을 가질 계획”이라며 “당이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계속 가고 있지 않느냐. 추석 민심을 파악해서 당에 어떻게 전달할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도파의 이 같은 행보는 새정치연합이 장외 투쟁에 나선 지난달 2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황주홍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 15명은 이날 “국회를 지켜야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지금 우리 당이 재야 시민단체와 다를 바가 뭐냐”라며 각성을 촉구했다. 성명서 배포 직후 이들은 각종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장외 투쟁을 중단하고 △지도부가 강경파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세월호특별법-민생 법안을 분리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겸한 박영선 원내대표의 잇단 실책으로 리더십이 무너져 당 재건을 이끌 동력을 상실한 만큼, 비대위원장 교체와 함께 조기 전당대회를 고려해야한다는 주장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가 당내 세력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류세력인 친노·486계가 강력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반면, 중도파의 경우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구심점이 될 만한 특정 계파에 속해있지 않아 지속적인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노계가 박 원내대표를 향해 ‘비대위원장 직을 내려놓고 세월호특별법을 끝까지 책임지라’는 목소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도파의 행보가 큰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요구는 비대위가 조직강화특위를 꾸려 전당대회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역위원장을 구성한 권한을 가진다는 것과 직결된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계파로서 비대위 선점을 위한 사전 쟁탈전이 불가피한 이유다.

실제 한 언론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추석을 전후로 비대위원 10명의 명단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의원들에게 자신의 재신임을 물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특별법 관련 대여 협상 과정에서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등 리더십의 큰 타격을 받은 박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범 친노계에 속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성명을 낸 사람들 구성을 보면 사실 당 전체적인 방향과는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다. 천막당사 때도 그랬고 예전부터 장외 투쟁 있을 때는 항상 반대해왔었다”면서 “구심점이 될 만큼 지지세를 가진 사람도 없거니와 실제로 당에서는 세력 다툼이라기보다 거의 무시하는 분위기라고 해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또 다른 비노계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안민석 의원이 자당 의원을 ‘빨대’라고 폄하했다가 이찬열 의원에게 ‘빨통’이라고 역공을 받은 일과 관련, “이번에만 특별히 그런 게 아니고 강경한 의원들에 대해서 다른 의원 개인이 이견을 표현한 일은 원래 있어왔다”면서 “(이 같은 충돌이)그다지 큰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장외 투쟁을 반대한 의원들을 겨냥해 “빨대 의원님들 이제 총질 그만하시라. 조중동에서 잘 빨아준다”라는 비난글을 올려 파장이 인 바 있다.

이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이찬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대체 그런 놈들이 어디 있느냐, XX들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후 “자기가 하면 다 맞고 남이 하면 빨대냐, 자기는 뭐 ‘빨통’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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