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발목 잡던 새정치연, 갑자기 웬 '진짜민생'?
입력 2014.09.03 11:16
수정 2014.09.03 11:27
새누리 법안 '가짜 민생'으로 규정, 일반인 유족 '첫'만남도
세월호 특별법 미합의를 빌미로 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해왔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돌연 민생 행보로 방향을 틀었다. 특별법 국면 장기화로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 따른 부담감과 ‘발목잡기 정당’으로 비춰질 것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겸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진짜민생법안’ 간담회를 갖고 정부 여당의 법안들을 의료 영리화법, 부동산 투기법, 카지노 양산법, 재벌관광호텔 건립 특혜법 등으로 규정하며 “정부가 방기하고 있는 중대한 책임을 우리 새정치연합이 대신 짊어지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전관예우 방지법(변호사법),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 유병언 방지법(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은 물론이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의료공공성 확대법(의료법) 추진에 힘을 다하겠다”며 “5대 신(新)사회 위험 해소를 위한 입법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차원에서도 정부 여당의 민생이 ‘가짜민생’임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성주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박근혜정부의 정책은 일관성 있어 보인다. 있는 사람을 더 풍요롭게, 없는 사람은 더 궁핍하게 만드는 일관성”이라며 “‘진짜민생’이 뭔지도 모르고 엉뚱한 처방만 내놓는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이 같은 행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4개월 넘게 국회가 공전되고, 민생 입법이 지연된 데 대한 비판이 새정치연합에 쏠린 데 따른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직까지도 국회 정기회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새정치연합의 ‘진짜민생’은 구호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이날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수차례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들과 면담을 통해 협상 경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으나, 두 차례에 걸친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이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단원고 유가족 측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또 유가족들의 눈치만 보면서 합의안 추인을 보류하다가 지지도도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이번에 박 위원장이 일반인 유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새정치연합이 단원고 유가족과 협상 주도권을 새누리당에 빼앗기고, 협상 과정에서 소외돼왔던 일반인 유가족들의 주장에 여론이 동요하고 있는 데 따른 불안감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새정치연합은 단원고 유가족들의 의견만 들어왔다.
한편, 당 차원에서는 상임위원회별로 추석 전까지 민생투어를 실시한다.
이날에는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서울 강북경찰서와 강북소방서를 방문하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가락동 도매시장을 찾는다. 안행위 일정에는 박 위원장이 동행한다.
또 오는 4일에는 사학분쟁 현장인 상지대학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쪽방촌(보건복지위원회), 고리원자력발전소(산업통상자원위원회), 부산·경남 수해복구 대민지원부대(국방위원회)를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5일에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외국인근로자들이 근무하는 기업체를 방문한다.
박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더욱 배가할 것”이라며 “가짜민생과 진짜민생을 냉정하게 가려내 국민의 눈앞에 보고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국민께 드려야 하는 가장 시급한 서비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