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교훈? '소신발언하는 자 공직 못나온다'
입력 2014.06.26 07:44
수정 2014.06.26 07:54
보수시민사회 "청문회도 못여는 악순환 되풀이될 것"
"소명의 기회조차 박탈하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인가"
문창극 후보자가 자진사퇴로 총리 후보직에서 낙마한 것을 두고 보수 시민사회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 후보의 지명부터 낙마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KBS 보도로 촉발된 논란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보도 내용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또 진실은 무엇인지를 가릴 기회 없이 논란 자체를 회피해버린 미성숙한 사회의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전체 70분짜리 분량인 문 후보의 강연 장면을 KBS가 2분짜리로 편집하면서 전체 의미를 훼손시키는 왜곡 행위가 친일사관 논란을 불러온 것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질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5일 긴급하게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후보자 검증은 여론의 역할이지만, 그 검증은 사실과 논거에 기초해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KBS 보도 내용은 자극적이고 분노할 만한 내용만 교묘하게 짜깁기됐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문 후보의 강연 취지는 ‘우리 민족은 고난을 겪었지만 시련을 이기고 지금의 기회의 나라가 됐다’는 건인데도 오히려 친일사관으로 매도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은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는 1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하고 귀국한 대통령은 ‘총리 후보 검증 논란을 잘 알고 있다. 교회강연이 문제의 발단이라면 1시간을 할애해 국민 여러분께서 관련 동영상을 직접 보시고 판단했으면 한다. 그리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보내겠다’고 했어야 한다”며 “침묵으로 일관한 처리 방식은 정의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금 이 정부는 국가를 이끌 가치와 지향점을 포기했다. 정치 리더가 ‘혼’으로 국가를 이끌기는커녕 오도된 여론의 ‘아우성’에 백기를 든 것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를 삼켜야 했다”고 성토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총리 후보자의 발언의 진위를 따지지 않고 선동적으로 왜곡시키고 편파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비겁한 포퓰리즘”이라면서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에 법과 원칙이 허물어지는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이번 총리 낙마 사태는 야당의 친일 낙인찍기와 인사청문회 건을 당권경쟁의 수단으로 삼은 여당의 정치쇼에 불과했다”며 “이번 문 후보자 논란으로 대한민국은 이념대립과 집단이기주의의 수렁에 더욱 깊숙이 빠져들었다”고 개탄했다.
문 후보에 대한 논란이 위장전입이나 뇌물수수 등 범법 행위가 아니라 학계에서도 충돌하는 역사관의 문제인데도, 그 발언의 취지나 진위를 따져볼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권이나 사회 전체가 진실을 들여다볼 체질화가 안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왜곡된 사실로 친일파로 몰아가는 인격살인은 그동안 자주 있었고, 이를 주도했던 세력들은 효과도 봤다. 이번에도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라며 “이번 문 후보 역사관 논란은 조직적으로 생성돼 야당과 일부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KBS가 자극적인 내용만 편집해 보도한 것이 분명한데도 정치권에서 논란 자체를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결국 국회 청문회가 무산됨으로써 국민이 총리 후보자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기회를 뺏겼다”면서 “총리 후보자의 자격 문제를 공론화하는 과정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사회를 위해 용기 있는 발언을 하고 싶은 사람은 공직에 나설 수 없고, 비논쟁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사람들만 공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건강하지 못한 사회로 추락하게 된 것이 문 후보 낙마가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수 시민사회에서는 KBS가 문 후보의 교회강연 내용을 발췌 보도한 것에 대해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KBS는 자신들이 보도한 동영상이 논란이 됐을 때 전체 동영상을 방영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제 KBS는 시청자 주권에 의해 통제받아야 하는 지경에 왔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NHK처럼 수신료 자율납부제를 도입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국민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