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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카드로 5000달러 긁으면 예비 범죄자?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6.25 09:49
수정 2014.06.25 09:51

개인 민감한 결제정보 본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 높아

실시간 결제정보 아닌 이상 관세 탈루 잡아내는 용도로 쓰기 어려워

해외 카드 결제금액이 5000달러가 넘은 경우 위에 사진과 같은 양식으로 관세청에 통보된다. 물론 카드이용자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데일리안

관세 탈루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분기별로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5000달러(약 510만원) 이상 결제하면 관세청에 통보되고 있지만 일부에선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대다수 카드이용자는 자신의 카드번호와 주민등록번호, 카드사용 국가, 가맹점 정보 등이 관세청에 통보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 이용자의 피해가 예상된다.

25일 관세청이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분기 해외에서 5000달러 이상 신용·체크카드를 이용한 고객명단과 결제정보를 관세청에 처음으로 통보했다. 대상만 6만70명이다. 여기에는 해외직구도 포함돼 있다. 해외에 한번 나가지 않았더라도 이름을 올린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민감한 결제정보가 관세청에 통보되는 이유는 올해 관련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관세법 시행령을 보면 카드사는 카드이용자의 해외 카드 결제정보와 외국통화 인출 정보를 여신금융협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를 다시 5000달러 이상인 결제정보만 추려 관세청에 각 분기의 다음 달 말일까지 제공한다. 여기에는 카드종류부터 주민등록번호, 이름, 사용일자, 사용국가, 도시, 가맹점 업종, 가맹점명, 결제금액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다.

관세법이 개정된 이유는 뚜렷하다. 세수 확보를 위해서다. 해외 카드 결제금액이 높은 사람들을 미리 파악해 통관 과정에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카드사는 해외에서 1년에 1만달러 이상 결제했을 경우에만 결제정보를 관세청에 넘겼다. 하지만 이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것으로 이번에 신설된 법안과 목적, 활용방법이 다르다.

관세청 관계자는 "과거 여신금융협회로부터 받은 결제정보는 외국환거래법에 근거했다"이라며 "올해부터 카드사로부터 받기 시작한 분기별 5000달러 이상 해외 카드 결제정보는 관세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기별 결제정보 분석을 통해 관세 탈루를 막고 세수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관세청은 과거 결제정보를 기초로 미래의 범죄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1월에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면세금액(400달러)을 초과하는 물품을 결제한 이력이 있는데 세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다음번 세관 통과시 검사를 강화하는 식이다.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든다거나 주홍글씨를 세기겠다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결제정보는 일반 여행자가 아닌 수입업자의 탈루를 막기 위해 중점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를 만든다는 용어는 곤란하다"고 강변했다.

활용범위를 떠나 관세청이 개인의 민감한 결제정보를 본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실시간 결제 정보가 아닌 분기별 결제 정보로 세수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득보다 해가 많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제정보는 가장 민감한 정보"라며 "탈세를 막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5000달러를 넘게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결제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다수 카드이용자는 해외 결제금액이 일정액을 넘었다고 관세청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면서 "여기에는 저렴한 금액에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서민들도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세관에서 탈세 정황을 포착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무용지물"이라며 "실시간 결제정보가 아닌 과거의 정보를 이용해 미래의 범죄를 막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관세청은 실시간 결제정보를 카드사로부터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분기별 결제정보를 받는 것으로 조정됐다.

만약 카드 결제정보를 관세청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면, 관세청은 해외 여행객이 세관에 신고하기도 전에 결제금액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가맹점 이름을 통해 무엇을 샀는지 추측도 가능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무조건 결제금액이 많다고 다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며 "결제정보를 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관세청 직원도 20여명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해외 직구는 정당한 절차에 걸쳐 과세가 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직구족은 결제정보를 이용해 특별히 관리할 대상도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문제될 수 있다"며 "정보제공 취지가 세수확보라는 점에서 활용범위를 두고 좀 더 세밀하게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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