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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 서울교육감 후보 단일화 안하나 못하나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5.24 10:02
수정 2014.05.24 16:48

진보 조희연에 보수는 문용린 고승덕 이상면 난립

보수단체까지 지지후보 갈려 '곽노현 재판' 우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합동 TV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승덕, 문용린, 이상면, 조희연 후보.ⓒ연합뉴스

6.4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서울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놓고 보수 진영 안에서 분열 조짐이 일고 있다.

진보 진영의 조희연 후보(성공회대 교수)에 맞설 보수 쪽 후보는 문용린 서울교육감(제40대 교육부장관, 전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고승덕 변호사(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상면 전 서울대 법대 교수로 같은 진영 안에서만 3파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로 선거를 치를 경우 ‘2010년 패배’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교육국민포럼 등이 주축이 된 ‘대한민국 올바른 교육감추대 전국회의’는 문 후보를 단독후보로 추대한 반면,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등이 주축이 된 ‘좋은후보 선정 시민유권자운동본부’는 고 후보를 ‘좋은후보’로 선정하면서 서로를 비방하는 성명까지 내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고 후보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 후보 쪽을 상대로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못 쓰게 해달라’고 신청을 낸 일이 있고, 이를 선관위가 받아들여서 ‘단일후보’ 앞에 주최 측을 명시하는 설명을 붙이도록 조치를 한 이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면서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대로 선거를 치를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을 배출한 지난 2010년 서울교육감 선거를 고스란히 재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시에도 보수 진영의 후보가 난립한 상태에서 막판에 민주당 바람이 불면서 결국 곽 전 교육감이 당선됐다.

문제는 양측 지지단체 모두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데 있다. 범 보수계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간절히 바라지만 어느 한쪽으로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단체(공학련)에서는 “애초 교육계에서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찌감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한 결과 문 후보가 단독후보로 선정됐고, 고 후보는 처음 단일화 논의 과정에 들어올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하지 않다가 돌연 출마 선언을 했다”면서 “뒤늦게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범사련 측이 지지 선언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 고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해도 민심이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무엇보다 지난 선거에서 문 후보를 지지했던 서울시민들의 뜻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앞서 문 교육감이 무상급식 친환경유통센터의 독점 운영 문제를 제기하면서 ‘무상급식 친환경유통센터에서 농약이 검출되고 수의계약으로 예산이 낭비돼 징계가 필요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받아낸 공로를 높이 샀다.

반면, 고 후보를 ‘좋은후보’로 선정한 범사련 측에서는 “고 후보도 출마를 선언하면서 후보 단일화에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좋은후보’를 선정할 때에도 진영의 통합과 화합을 통해 다수의 국민이 이해하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면서 “앞으로 방송3사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1%라도 앞서는 후보를 단일후보로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무조건 단일화를 하면 포기하는 후보 쪽 지지자들의 표를 다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렇지 않다”며 “어차피 같은 진영의 후보가 현재 1, 2위를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럴 경우 호남이나 부산과 같은 지역에서도 굳이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보수 진영에서 서울교육감 후보 단일화 노력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시간대별로 되짚어보면, 지난 3월20일 교육계가 주축이 되어 ‘대한민국 올바른 교육감추대전국회의’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4월 좋은교육감 후보 지원공고를 냈고, 지원공고에 문 후보만 등록을 한 상태에서 마감이 종료되면서 최종 단독후보로 문 후보가 선정됐다. 그러다가 한달 뒤인 5월20일 ‘좋은후보 선정 시민유권자 운동본부’는 6.4 지방선거 광역·기초단체·교육감 ‘좋은후보’ 23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고 후보를 서울교육감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문 후보 지지 단체인 공학련 등은 “보수 진영의 단독후보가 이미 선정된 이후 범사련 등이 새 판을 짠 것이 분명하고, 그 결과 선거판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됐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애초 교육계의 후보 단일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그동안 단일후보 조율의 기회도 다 놓쳐버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범사련 측에서는 “‘좋은후보’ 선정은 순수하게 100인 위원회의 투표 결과일 뿐”이라면서 고 후보를 ‘좋은후보’ 명단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서도 “고 후보의 선정은 다수 시민의 뜻을 반영하고 수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자 보수 진영 내부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못 이룬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선거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로 그 결과에 따라 교육정책에 큰 파장을 불러오는 데도 만약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선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범사련이 ‘좋은후보’를 선정하고 고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범사련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보궐선거로 당선돼 2년도 채 안된 현직 교육감이 다음 선거를 순순히 포기할 리가 없는 데도 처음부터 후보 단일화 논의에 빠졌다가 뒤늦게 다른 후보를 내세운 것에 어떤 명분도 보이지 않는다”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보수 진영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범사련의 주장처럼 선거일에 임박해서 여론조사를 보고 지지율이 높은 후보를 선택해 지지하자는 것은 그냥 단일화 노력을 안 하겠다는 말에 불과하다”면서 “결국 진보 진영 후보인 조 후보에 맞설 강력한 후보를 내지도 못한 채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를 꼽자면 후보 단일화 여부임에 틀림없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교육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후보가 내세운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서 향후 펼쳐질 교육정책을 판단하기보다 후보의 성향을 따져서 투표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진보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히는 만큼 진보 진영 후보가 우세한 편이다.

게다가 이번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를 보면 같은 지역 안에서도 용지마다 후보의 이름 순서가 바뀌도록 해서 유권자가 선택할 후보 이름을 정확하게 모를 경우 올바른 선택이 어렵게 돼 있다.

야권의 조희연 후보는 전교조와 민주노총 활동에 깊이 관여해온 인물로 보수 진영에서는 “만약 당선이 될 경우 곽노현 전 교육감보다 성향이 강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게다가 이번에 서울시의회의 교육의원이 ‘일몰제’로 6월 말에 폐지되면서 각 지역의원들이 교육상임위로 배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 제9대 서울시의회도 지난번처럼 민주당 시의원들로 장악될 경우 야권 교육감이 더욱 힘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금 서울교육감 후보를 놓고 범보수계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에 대해 시민단체끼리 벌이는 자존심 대결이라는 폄하 섞인 평가도 나온다.

이런 판단의 근거에는 “교육감선거의 경우 지방선거와 달리 정당 후보가 없는 만큼 경선 과정도 없어서 적어도 보수 진영의 단일후보 등록이 끝난 이후 또 다른 후보를 내는 일 만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따라서 서울교육감 후보 난립으로 갈등을 겪은 끝에 만약 선거 참패라는 결과를 맞게 될 경우 보수 진영 내에 불어닥칠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현 상황에 대해 “지난 선거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못 이루면 이길 수 없다는 시그널이 분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후보 추대 과정에 고 후보 측이 참여조차 하지 않다가 보수계의 단독후보가 추대된 이후 돌연 출마 선언을 한 것은 판을 깨려는 행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시민단체끼리 다른 의견을 낼 수 있고, 심지어 선거에 나설 후보에 대해서 이견도 있을 수 있지만 아예 판을 깨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일각에서는 고 후보를 좋은 후보로 선정한 범사련에 대해서도 “그동안 이 단체가 서울시 교육정책에 관여를 해온 단체가 아닌데도 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온 범 보수계에 이렇다 할 상황 설명도 없이 갑자기 인지도가 꽤 높은 고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의심을 받을 만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 때문에 교육계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범사련이 ‘좋은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당시 교육감은 빼고 지방선거 후보만 발표했어야 한다. 지금처럼 사전에 어떤 협의나 설득하는 과정없이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만든 것은 대의에서 벗어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제 단일후보를 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다는 데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보 단일화는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이고, 이제 보수 진영 내에서 야권 후보의 지지율을 낮추는 전략을 세우고 진영 전체가 힘을 합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물론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교육계의 숙원이 산적한 마당에 한번 결과가 나오면 돌이킬 수 없는 선거를 앞두고 번번이 단일후보 논의조차 못하는 보수 진영의 한계를 또 한번 드러낸 사실은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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