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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구하기 '올인' 통진당은 공당 아닌 사당

김수정 기자
입력 2013.09.06 08:53
수정 2013.09.06 09:00

게시판에 "당원이니까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은 무리" 비판 글 속속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 처리되고 산회된 직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 발언대로 나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가 4일 내란음모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가운데 이 과정에서 드러난 통진당의 폐쇄적이고, 비상식적인 당 운영 작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통진당은 이 의원의 혐의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초지일관 ‘이 의원 감싸기’에 총력을 쏟아왔다. 하지만 “떳떳하다”는 이 의원의 말과는 달리 이후 비춰진 그의 행적과 당 지도부의 모습은 대다수 여론은 물론 당원들에게도 혼란을 줬다.

이 의원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첫날부터 급히 종적을 감추는 등 논란의 불씨를 자초했다. 또한 핵심 혐의였던 ‘총기 소지 발언’, ‘5.12모임 여부’ 등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5월 12일에 RO모임은 아니지만 강연은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국정원의 왜곡된 녹취록의 진위를 밝히겠다며 “총기 발언은 있었지만 농담이었다”는 황당한 항변을 내놓아 여론의 뭇매를 받는 등 논란만 가중시켰다.

이 때문에 ‘사태를 주시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던 민주당도 통진당이 참가하는 촛불집회에 불참키로 하는 등 발 빠른 ‘거리두기’에 나섰고 한때 한가족이었던 정의당도 “통진당과 이 의원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등 여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결국 4일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89명 중 찬성 258표, 반대 14표, 기권 11표, 무효 6표로 압도적으로 통과되자 통진당 내 게시판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 당 차원에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진당 게시판 "당원이니까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것은 무리"

통진당 당원게시판에서 자신을 신입당원으로 소개한 아이디 ‘장고*****’는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린다”며 “핵심은 사실관계다. 당원과 일반대중에게 당은 확실하게 설명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냥 ‘아니다’, ‘증명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믿을 수 있는 근거를 보여줘야 한다”며 “‘당원이니까 무조건 믿어야한다’는 것에는 난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게시자는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국정원 수사의 절차적 하자나 내란 예비죄 기소 가능성만은 아니다”라며 “통진당이 정말 종북 빨갱이 집단인지? 일부라도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란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 모임에서는 정말 국가전복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해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해방 이후 50년 이상 지독한 반공교육에 세뇌돼 살아왔다”며 “빨갱이로 몰려서 학살당했지만, 대중은 모른 척 눈을 감았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철학으로 그들의 편에 선다고 해도 그들이 선뜻 진보당(통진당)에게 손을 들어 주겠느냐. 무리다. 그들의 지지를 구하려면 그럴 수 있는 이유를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아이디 ‘아이***’도 “‘논할 가치가 없다’, 이런 식 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해명의 글을 올려달라”며 “의원님의 이름을 걸고, 조목조목 반박의 글을 올림으로 인해 우리가 더 단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당내에 특히 정치적으로 북한(사회주의 이념 포함)과 생각을 같이 하는 분들이 큰 세력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달라”며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이끌려 당원이 되었는데 목적은 따로 있고, 소외계층에 대한 목소리가 다른 목적을 위해 포장된 것이라면 당원이 되고 싶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이처럼 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통진당은 이들의 목소리에 침묵한 채 이 의원을 감싸는데만 급급한 상태다.

통상 민주주의 사회의 정당은 당원을 보호할 의무를 비롯해 당의 잘못에 대해선 마땅히 내부 진상조사를 통해 시비를 가려야 하는 책무를 동반한다.

다른 당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2010년 7월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들 앞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사건의 진위가 가려지기 전까지는 그의 제명안을 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지만, 혐의가 밝혀지면서 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강 의원을 제명시켰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4월에도 당시 탈당을 선언한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 표절 여부를 공천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물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상식적인 모습이자 당의 기본원리다.

이에 대해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현해 “보통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정당이건 당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그냥 바로 재명을 한다”며 “그런데 통진당은 이 의원을 끌어안고 자폭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이어 “그 회합에서 테러와 폭동 같은 걸 논의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지금 통진당의 주장은 그것이 통진당 행사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럼 통진당이 테러와 폭동을 논했다는 셈이 된다. 이 말을 사실이라면 통진당 자체가 해산 요건이 될 수 있다”고 통진당의 비상식적 당 운영 작태를 비판했다.

그러나 통진당은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순간까지도 당 차원에서 이 의원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일각에서 지적하는 통진당의 ‘독재적’, ‘반민주적’ 체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대변인들 "다른 목소리 나오는 것은 당연", 대책은?

한편,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4일 통과되면서 앞서 1년 넘게 국회 계류중이던 자격심사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여야 간사회동을 통해 오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재연 통진당 공동대변인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당내 자성의 목소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논의는 없다”며 “오늘 일부 언론서 마치 내부 회의서 (그런 목소리가) 나왔다는데 그런 일은 없다. 큰 이견 없이 잘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이라고 전했다.

홍성규 공동대변인 또한 이 같은 지적에 “우리 당에는 10만명이 넘는 당원이 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홍 대변인은 그러면서 “당원 게시판의 이야기는 늘 듣고 있다”며 “이 뿐만 아니라 진보 정치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대표해서 최고 대표단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점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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