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해진 롯데…SK에서 답 얻다
입력 2011.10.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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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구 말려들던 손아섭, 볼넷만 2개
침묵하던 이대호, 홈런포로 부활 예고
이대호의 홈런이 문학구장 밤하늘을 수놓자 롯데가 살아났다.
탈락 위기에 몰렸던 롯데가 2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SK와의 원정 4차전에서 부활을 알리는 이대호의 솔로포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을 2승 2패로 맞추며 기사회생한 롯데는 오는 22일 안방인 부산 사직구장으로 넘어가 한국시리즈 티켓이 걸린 운명의 5차전을 치른다.
자신의 플레이오프 통산 1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부활을 예고한 이대호.
전혀 달라진 롯데, SK 야구를 했다
양승호 감독은 플레이오프 전부터 손아섭과 이대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안타 생산능력이 뛰어난 손아섭을 2번으로 전진배치 시킨 뒤 이대호가 타점을 쓸어 담으면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3차전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롯데 타선에 숨통을 트여주지 못했다.
손아섭은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타율 0.385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지만 불필요한 풀스윙과 초구에 너무 쉽게 손이 나가 2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대호 역시 장타 하나 없이 타율 0.154(14타수 2안타)의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SK 투수들은 손아섭의 적극성을 이용, 유인구 위주의 투구를 펼쳤고, 이대호와는 불필요한 정면승부를 꺼렸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승호 감독은 이날도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들이 반드시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이대호와 손아섭은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이대호는 6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롯데 킬러’로 불리는 바뀐 투수 이영욱을 상대로 3구째 변화구를 그대로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1타점을 올린 손아섭의 활약도 대단했다. 특히 타격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진 점이 고무적이었다. 손아섭은 1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3회와 8회, 각각 6구와 5구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끝내 볼넷을 얻어냈다. 5회에는 그동안의 풀스윙을 과감히 버리고 간결하게 휘둘러 타점을 만들어냈다.
중심타선의 한 방과 테이블세터의 끈질긴 승부는 사실 SK의 승리공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는 포스트시즌 들어 4번 타자 박정권이 중요한 순간 장타를 날려주며, 정근우-박재상의 1~2번 타순은 상대 투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출루의 기회를 높이고 있다.
이번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SK 타자들은 타순에 따라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타석에 임했다. 지난 3차전까지 온통 풀스윙으로만 일관하던 롯데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롯데 타자들은 4차전에서 SK식의 섬세한 야구를 추구했다. 특히 손아섭은 유인구에 말려들지 않고 최대한 공을 끝까지 보며 플레이오프 첫 볼넷을 2개나 얻어냈다.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변화구에 잘 대처하지 못했던 이대호도 모처럼 공격 템포를 빨리 가져가며 부활을 예고했다.
비록 점수는 2점 밖에 얻어내지 못했지만 양승호 감독의 과감한 투수교체도 무실점 승리에 큰 몫을 담당했다. 양 감독은 선발을 빨리 내리는 대신 롱릴리프를 활용하는 SK식의 투수운용을 펼쳤고, 경기 막바지에는 필승조 임경완과 김사율을 차례로 올려 승리를 지켜냈다. 9회말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김사율을 다독거려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SK 투수들의 수 싸움은 롯데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고, 타자들 역시 공격적 패턴에서 유인구 위주로 볼 배합을 가져간 롯데 투수들에게 말렸다. 상대 허를 예리하게 찌르는 것으로 유명한 SK가 오히려 롯데의 섬세한 야구에 크게 당한 4차전이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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