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완장 부담 이겨낸 엄지성 “결승전, 모두가 원하는 무대”
입력 2026.09.30 20:00
수정 2026.09.30 20:00
엄지성. ⓒ AP=뉴시스
"부담감이 생각보다 정말 컸습니다.“
중국과의 4강전을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엄지성(스완지시티)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피로가 교차했다.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쉼 없이 누빈 여파로 온몸에 힘이 풀려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금메달에 대한 열망으로 여전히 반짝였다.
엄지성은 30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전에서 2개 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2-1 역전승을 지휘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기존 주장 이기혁(강원)을 대신해 완장을 차고 풀타임을 소화한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경기 후 엄지성은 "오랜만에 주장을 맡은 데다 와일드카드 동료인 이기혁과 양현준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제게 주어진 무게감이 한층 더 무거웠다"며 "다행히 승리하면서 그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한국은 전반 22분 중국에 예상치 못한 선제골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이에 대해 엄지성은 "0-1로 뒤지고 있을 때 사실 걱정이 컸다. 전반에는 상대가 준비를 잘해 힘든 경기를 했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고비 때마다 팀을 구한 건 엄지성의 발끝이었다. 전반 33분 예리한 코너킥으로 이영준(그라스호퍼)의 동점 헤더골을 도왔고, 후반 37분에는 측면을 완전히 허문 뒤 배준호(스토크시티)의 역전 결승골을 완성하는 환상적인 크로스를 올렸다.
두 개의 도움으로 쾌승을 이끈 그는 오히려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엄지성은 "월드컵 무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던 만큼 최선의 플레이를 하려 노력했다. 내가 만든 기회를 동료들이 깔끔하게 해결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후반 들어 상대 체력이 떨어지면서 우리 기회가 생겼다. 경기가 끝나고 나니 안도의 한숨부터 나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민성 감독이 강조한 와일드카드의 '희생'에 대해서도 단단한 철학을 내비쳤다. 엄지성은 "와일드카드라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팀원일 뿐"이라며 "내가 맡은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대업까지 남은 시간은 단 한 경기다. 엄지성은 "3연속 우승을 이어왔기에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모든 선수가 원하던 무대인 만큼 각자 어떤 마음가짐으로 뛰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면서 "우선은 회복에 집중해 결승전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