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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대법원 한발도 안 물러섰다…200일 넘긴 대법관 공석, 출구 있나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입력 2026.10.01 07:00
수정 2026.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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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권·제청권 충돌…국감서도 공방 이어질 전망

전문가 "후속 절차 규정 공백에 교착 장기화"

임명동의안 미제출 시 처리 절차·기한 명문화 제언

대법원장 제청권 폐지 등 제도 개편 필요성도 제기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조희대 대법원장 ⓒ뉴시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200일 넘게 비어 있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자리를 채울 시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양측이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내세워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청와대와 대법원은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대법원장이 원하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앉히는 것이 사법부 독립은 아니라는 취지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도 재제청 요구에 응할 헌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국정감사에서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해 다음 달 국감에서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갈등은 올해 1월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 과정에서 시작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1월 21일 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 판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민기 판사를, 조 대법원장은 윤성식 또는 손봉기 판사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노 전 대법관은 3월 후임자 없이 퇴임했다.


대치는 조 대법원장이 지난 8월 18일 손 후보자를 제청하면서 공개적인 충돌로 번졌다. 청와대는 사전 협의를 거쳐 후보를 제청해온 관행과 달리 실질적인 협의 없이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함께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협의가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다른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이달 22일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 후보 추천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재제청 요구의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양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멈춰 선 임명 절차를 어떻게 이어갈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후보 선택을 둘러싼 이견이 헌법기관 간 권한 다툼으로 확대되면서 접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모습이다.


정지웅 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는 "헌법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각각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후속 절차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이러한 규정의 공백 속에서 양측이 각자의 권한을 근거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통령에게 대법관 임명권을 부여한 것은 대법원 구성에 국민주권 원리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며,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은 이를 견제하는 장치"라며 "대법원장이 자신의 뜻대로 대법원을 구성하도록 제청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 교수는 권한쟁의심판이나 탄핵으로도 양측의 대치를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법원 측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 역시 탄핵으로 대법원장의 권한이 정지되면 권한대행 체제에서 다른 대법관이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다. 결국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같은 교착이 반복되지 않도록 임명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 변호사는 "제청 이후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을 경우의 처리 절차와 기한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대법원은 합의제 기관으로, 재판에서 대법원장과 다른 대법관들은 대등한 지위를 갖는다"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까지 부여하면 합의체 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지위를 넘어서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단비 기자 (sweetra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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