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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E&S, '고립된 가스전' 2배 넘게 키웠다…16억 달러 승부 [바로사 14년③]

다윈(호주)=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30 15:00
수정 2026.09.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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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매물 아닌 가스전 직접 발굴…평가정 5공으로 3.4Tcf 확보

총 개발비 43억 달러 중 16억 달러 부담…기존 설비 활용해 비용 절감

한국서 만든 FPSO 선체 투입…연 130만톤 확보 주목

호주 바로사 가스전의 해저 생산설비 구조도. 해저 생산정에서 뽑아낸 가스는 부유식 생산설비(FPSO)에서 처리된 뒤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다윈 LNG로 운송된다.ⓒ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E&S가 14년 전 '미니 LNG'급으로 평가받던 호주 해상 가스전에 지분 투자해 매장량을 2배 이상으로 키웠다. 규모가 커지자 본격적인 LNG 사업으로 발전시킨 뒤 16억 달러를 투입해 올해 첫 선적과 국내 도입까지 완주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지난 29일 호주 다윈에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바로사 가스전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바로사는 2025년 말 LNG 생산 단계에 들어간 후 올해 1월 첫 LNG 카고를 선적했고, SK이노베이션 E&S 몫의 첫 물량은 지난 2월 23일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 들어왔다. 회사 측은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가스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생산과 국내 도입까지 성공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IB 매물 아닌 '고립된 가스전’

출발점은 화려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 E&S가 2012년 6월 지분 37.5%를 인수할 당시 바로사는 대형 LNG 사업을 벌이기에는 규모가 작은 가스전으로 평가됐다.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에 따르면 대형 LNG 사업을 벌이려면 통상 3Tcf(조 입방피트, 1Tcf는 약 283억㎥) 이상이 필요하다. 당시로선 소규모 해상 액화설비(미니 FLNG) 정도나 가능하겠다는 평가였다.


김종수 SK이노베이션 E&S 호주LNG사업팀장은 "보통 대규모 딜은 투자은행들이 대기업을 돌아다니면서 홍보하는데, 바로사 가스는 그 대상이 아니었다"며 "기술팀이 전 세계를 훑어봤는데 '이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평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남들이 지나친 자산에서 가능성을 먼저 본 셈이다.

5년간 평가정 5공…매장량 2배 이상으로

반전은 이후 5년에 걸쳐 일어났다. SK이노베이션 E&S는 당시 파트너사들과 함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평가정(발견된 가스전의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뚫는 시추공) 5공을 뚫었다. 가스층이 예상보다 넓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초 참여 시 대비 2배 이상의 매장량을 확보해 3.4Tcf가 됐다. 가스와 함께 나오는 초경질유(콘덴세이트) 매장량도 5100만배럴로 평가됐다. 가스전 면적은 약 500㎢로 서울 크기와 비슷하다.


김 위원은 "어디서도 평가 시추는 머스트(필수)가 아니다. 하나 뚫고 그냥 개발해도 된다"며 5년 동안 평가정 5공을 뚫어 매장량을 2배 이상 늘렸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커지면 단가가 낮아진다는 점은 제빵에 빗댔다. 그는 "에어프라이어로도 식빵을 만들 수 있고 오븐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당연히 에어프라이어가 훨씬 더 비싸다"며 "소규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와 액화플랜트.ⓒSK이노베이션
FPSO·기존 설비 활용…코로나 고비도 넘어

개발 방식에서도 과감한 선택이 이어졌다. 바로사는 수심이 200m를 넘어 다리를 해저에 박는 고정식 플랫폼으로는 비용이 크게 불어나는 곳이었다. 파트너사들은 배 모양의 부유식 생산설비(FPSO)를 띄우기로 했다. 당초 검토하던 해상 액화설비(FLNG) 대신 FPSO에서 처리한 가스를 육상으로 보내 액화하는 쪽으로 개발 방식도 바꿨다.


액화공장은 새로 짓지 않았다. 기존 다윈 LNG 플랜트를 개조해 쓰는 '브라운필드'(기존 시설을 개조해 재활용하는 개발 방식)를 택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20년 다윈 LNG 지분 25%를 3억9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고 2021년 최종투자결정(FID)과 함께 거래를 마무리했다.


고비도 있었다. 2020년 2월 설계를 마친 직후 코로나19가 터지며 공급망이 멈추고 자재값이 치솟았다. 파트너사들은 곧바로 내렸어야 할 FID를 1년 미루고 설계 최적화로 개발비를 낮춘 끝에 2021년 3월 FID에 이르렀다.


FPSO 선체는 한국에서 만들었다. 길이 358m, 폭 64m로 역대 최대급인 이 선체는 경남 고성 SK오션플랜트 야드에서 22개월에 걸쳐 건조됐다. 2023년 10월 고성을 떠난 선체는 싱가포르에서 상부 설비를 얹은 뒤 2025년 6월 가스전에 도착했다. 생산정 6공도 모두 성공했다. 김 위원은 생산정은 뚫어도 가스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데, 6공 모두 잘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전과 다윈을 잇는 385㎞의 해저 파이프라인도 깔렸다.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이 지난 29일 호주 다윈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바로사 가스전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취재기자단
16억 달러로 연 130만톤 확보

회사 측이 밝힌 총 개발비는 43억 달러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 E&S는 지분율 37.5%에 해당하는 약 16억 달러를 부담했다. 김 팀장은 "거의 다 투자를 했고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 E&S는 매년 LNG 약 130만톤을 확보했다. 지난해 국내 LNG 총수입량의 약 3%, 민간 직도입량의 약 10%다. 예상 생산기간 20년을 감안하면 총 2600만톤이다. 초경질유도 연 약 110만배럴씩 확보한다. 지난 7월 첫 초경질유 약 30만배럴이 선적돼 8월 인천에 도착했고, SK인천석유화학 설비에 투입됐다.


김 위원은 14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경험칙으로 말하면 보통 유전이 7년, 가스전이 15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14년은 지연된 시간이 아니라 가스전 개발에 통상 걸리는 기간이라는 설명이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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