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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호주 다윈서 만난 'SK이노 가스'…영하 162도 LNG로 한국行 [바로사 14년①]

다윈(호주)=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30 15:00
수정 2026.09.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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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 3㎞ 가스, 385㎞ 해저관 타고 다윈으로

탑·레일·선풍기 닮은 설비 거쳐 액체로

3년 전엔 '계획', 지금은 8일마다 LNG선 출항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와 액화플랜트.ⓒSK이노베이션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드문드문 떠 있었다. 호주 노던테리토리주 다윈 도심을 벗어나 미들암 반도 끝으로 향하는 길에는 초록과 황톳빛이 뒤섞인 들판과 나무가 이어졌다. 다윈은 인구 16만명 남짓으로 호주 8개 주도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다. 건기 막바지인 9월 말 다윈의 풍경은 한국의 가을을 닮은 듯 한적했다.


그 고요함은 기지 정문 앞에서 끝났다. 약 70㏊, 축구장 100개 크기의 다윈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 바다 밑에서 끌어올린 가스를 영하 162도로 얼려 한국 등 아시아로 보내는 곳이다. SK이노베이션 E&S가 지분 25%를 가진 이 기지는 지금 SK가 14년 공들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의 가스로 LNG를 만들고 있다.

'중대 위험 시설'의 문턱

안전모와 보안경, 귀마개를 갖추고서야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다윈 LNG는 호주 당국이 '중대 위험 시설'로 지정해 관리하는 곳이다. 설비 안에서는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다. 정문을 지나자 커다란 원형 탱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내를 맡은 현장 관계자는 탱크를 가리키며 "불이 나도 이 설비는 돌아간다"고 했다. 투어 내내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안전'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회색 원통형 설비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었고, 기계음이 쉼 없이 귀를 울렸다. 소형 발전기가 내는 소리라고 했다.


다윈LNG 터미널에서 LNG 선적 중인 SK자사선 프리즘 어질리티호.ⓒSK이노베이션
바다 밑 3㎞에서 온 가스

이 기지로 흘러드는 가스는 다윈에서 북쪽으로 약 285㎞ 떨어진 티모르해 한가운데서 출발한다. 수심 200m가 넘는 바다 밑에서 다시 3㎞를 파고 내려간 곳, SK이노베이션 E&S가 지분 37.5%를 가진 바로사 가스전이다. 가스는 선체가 경남 고성에서 제작된 FPSO(바다 위에서 가스를 생산·처리·저장하는 부유식 설비)에서 1차 처리된 뒤, 385㎞ 해저관을 따라 이곳까지 온다. 중간에 힘을 보태는 설비 하나 없이, 바다 위에서 가한 압력만으로 밀려오는 길이다.

탑, 레일, 선풍기…가스가 LNG가 되기까지

기지 오른편으로 가스처리시설이 펼쳐진다. 탑처럼 솟은 설비들 사이로 로켓을 닮은 원통형 설비도 서 있다. 385㎞를 달려온 가스는 이곳에서 이산화탄소를 털어내고, 수분도 5ppm(100만분의 5) 이하로 낮추는 등 불순물을 제거해 액화에 적합한 천연가스로 만든다. 설비와 설비 사이에는 가느다란 회색 배관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채 놀이기구 레일처럼 이어져 있다. 설비 위로는 대형 팬 여러 개가 나란히 달려 있다. 현장 관계자는 열을 식히는 거대한 선풍기라고 귀띔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액화설비가 나온다.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은 전날 설명회에서 "냉장고랑 원리는 똑같다"며 냉매가 다르고 훨씬 강하게 식힌다는 점만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하 162도까지 식은 가스는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든 액체가 된다. 다윈 LNG의 액화 능력은 연간 370만톤이다.


LNG는 배에 실리기 전까지 저장탱크에 머문다. 니켈강으로 만든 안쪽 탱크를 단열재와 콘크리트 외벽이 겹겹이 감싸 냉기를 가두는 구조다. 커다란 보온 도시락통을 떠올리면 쉽다.


기지 운영에는 인공지능(AI)도 쓰인다. 운영사 산토스는 FPSO에 디지털트윈(실제 설비를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한 것)을 적용해 고장 징후를 미리 잡아내고, 다윈 LNG에는 스위스 전력·자동화 기업 ABB의 AI 시스템을 들여 그동안 쌓인 운전 데이터로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도 현장을 움직이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 손이 가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게 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선적을 완료한 프리즘 어질리티호가 다윈LNG터미널에서 출항하고 있다.ⓒSK이노베이션
3년 전엔 '계획', 지금은 '현실'

맹그로브(열대 해안 갯벌에서 자라는 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위컴포인트에 자리한 다윈 LNG는 2006년부터 인근 바유운단 가스전의 가스를 액화해 온 기지다. 2023년 바유운단 가스를 이용한 LNG 생산을 마친 뒤, 2년여에 걸친 개보수 끝에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20년 가까이 돌던 설비에 새 가스를 불어넣어 다시 숨을 쉬게 한 것이다.


3년 전 한국 기자단이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바로사는 2025년 생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가스전이었다. 이제는 바로사 가스가 실제로 흘러들어 LNG로 바뀌고 있다. 운영사 산토스에 따르면 바로사는 2분기 계획 생산량의 97% 수준까지 올라왔고, LNG 카고(LNG선 한 척에 싣는 물량)는 약 8일 간격으로 출하되고 있다.


빈 땅에 남겨둔 '다음 장'

기지 한편에는 비어 있는 부지가 펼쳐져 있다. 액화 트레인(액화설비 한 세트)을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남겨둔 땅이다. 다윈 LNG는 연 1000만톤 규모까지 확장할 수 있는 인허가를 받아둔 상태로, 지금은 연 370만톤짜리 트레인 1기만 가동 중이다. 운영사 산토스는 지난해 1월 호주 내륙 비탈루 분지에서 가스전을 개발하는 탐보란리소시스와 두 번째 트레인 건설을 검토하는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곳에서 실린 SK이노베이션 E&S 몫의 LNG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열흘 안팎이면 한국에 닿는다. 지난 2월 첫 물량이 충남 보령에 들어왔고, 앞으로 20년간 매년 약 130만톤이 같은 뱃길을 오간다. 티모르해 바다 밑에서 출발한 가스의 긴 여정은 그렇게 한국에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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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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