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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원유' 이어 최태원 'LNG'…무자원 산유국 꿈, 38년 만에 가스로 [바로사 14년②]

다윈(호주)=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30 14:30
수정 2026.09.3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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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북예멘 원유 울산 입항…올해 2월엔 호주산 LNG 보령 도착

"발전소 하나에 계약 하나로는 한계"…2012년 바로사로 밸류체인 첫 단추

광양 직도입부터 가스전까지 20년…SK이노 E&S "LNG 밸류체인 일단락“

다윈LNG 터미널에서 LNG 선적중인 SK자사선 프리즘 어질리티호.ⓒSK이노베이션

1988년 1월 울산항. SK의 전신인 유공이 북예멘 마리브 광구(자원을 탐사·개발하는 구역)에서 캐낸 원유 35만배럴이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 38년 뒤인 올해 2월 충남 보령 LNG터미널에는 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가 도착했다. 원유에서 시작한 SK의 해외 자원개발이 LNG로 이어진 두 장면이다.


SK이노베이션 E&S가 20년 가까이 쌓아 온 LNG 밸류체인은 바로사로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2012년 참여 이후 14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지난 29일 호주 다윈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서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은 올해를 두고 "15년 가까이 준비해 왔던 LNG 밸류체인이 일단락되고 완성이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무자원 산유국'의 꿈에서 출발

SK의 자원개발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서 시작됐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한 최 선대회장은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기름을 캐겠다는 이른바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내걸었다.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 뛰어든 첫 도전은 빈손으로 끝났다. 그러나 유공은 이듬해 국내 기업들과 함께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 참여해 석유를 찾아냈고, 회사 측에 따르면 1987년 민간기업 최초로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베트남과 페루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1998년 최태원 회장이 취임한 뒤 SK의 에너지 사업에는 LNG라는 새 축이 더해졌다. 첫걸음은 2006년이었다. SK는 그해 계열 발전사 케이파워가 운영하는 광양 LNG발전소를 가동하며 처음으로 LNG를 직접 들여왔다. 다만 인도네시아 탕구 LNG 프로젝트와 20년 장기계약을 맺고 판매자가 도착지까지 실어다 주는 방식이었다. 가스전 지분도, 직접 운용하는 LNG선도 없던 시절이다.

"발전소 하나에 계약 하나로는 한계"

회사가 가스전으로 눈을 돌린 건 이 모델의 한계 때문이었다. 강 실장은 "발전소 하나 짓고 장기계약 하나 맺는 방식의 확장은 궁극적으로 시장 사이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LNG를 비싸게 조달했다가 20년 동안 비싼 LNG를 도입해야 한다면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짚었다. 해법은 수요처와 공급원을 함께 늘려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것이었다. 그는 "그 첫 단추를 끼운 게 호주 바로사 가스전 투자"였다고 했다.


검토는 그보다 앞선 2010년부터 시작됐다. 김종수 SK이노베이션 E&S 호주LNG사업팀장은 "도시가스와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LNG 사업이 글로벌 비즈니스가 돼 확대될 거라고 경영진이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LNG를 싼값에 들여올 방법을 고민하다 직접 가스전 개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과 다윈 LNG 플랜트를 잇는 해저 파이프라인 위치도. 바로사에서 생산된 가스는 약 385㎞의 파이프라인을 거쳐 다윈 LNG로 운송된다.ⓒSK이노베이션
가스전·액화·선박·발전소…20년 퍼즐

바로사를 시작으로 퍼즐 조각은 하나씩 맞춰졌다. 2014년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우드포드 셰일가스전(암석층에 갇힌 가스를 뽑아내는 가스전)에 발을 들였고 2017년에는 보령 LNG터미널과 파주·위례 발전소가 문을 열었다. 같은 해 싱가포르에 세운 트레이딩 법인 프리즘은 조달과 판매를 잇는 역할을 맡았다. 2020년에는 미국에서 사들인 가스를 프리포트 LNG에서 액화해 장기 용선(선박을 장기간 빌려 쓰는 것)한 LNG선으로 실어 오는 구조까지 갖췄다. 2023년 여주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갔으며 올해 바로사 LNG가 들어오면서 가스전에서 발전소까지 전 구간이 이어졌다.


마지막 조각까지 맞춰야 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강 실장은 "가스전에서 LNG를 저렴하게 생산하고 안정적으로 운반한다고 해도, 그 물량을 소화해줄 발전소라는 수요처가 없으면 전체 밸류체인이 큰 리스크에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하는 발전소는 파주·여주·광양 등 약 5GW 규모로, 민간 발전사 가운데 최대다.

원유에서 가스로, 40년 꿈의 연장선

시장도 SK의 선택에 힘을 싣고 있다. 강 실장은 2000년대 초 1억톤 수준이던 세계 LNG 시장이 2023년께 4억톤으로 커졌다며, LNG를 "화석연료 중에서는 유일하게 성장하는 에너지원"이라고 표현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SK는 현재 전 세계 11개국에서 연간 약 2000만배럴의 원유·가스를 확보하고 있다.


이종수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지난 2월 바로사 LNG 첫 입항 당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SK의 집념과 도전정신이 오늘날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 확립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항에 닿은 원유 35만배럴에서 시작한 '무자원 산유국'의 꿈이 38년 만에 보령항의 LNG로 이어진 셈이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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