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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뢰'에 첫 단추부터 실패한 軍 대응 [기자수첩-정치]

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입력 2026.10.02 07:00
수정 2026.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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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후 SNS서 가짜뉴스들 우후죽순 퍼져

軍 정례브리핑서도 여러 의혹 충분히 설명 못해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관련 현안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셔츠는 보통 맨 윗 단추부터 차례대로 채운다. 6~7개의 단추 중에서 하나라도 잘못 채우면 그 다음부터는 모두가 잘못 채워진 단추가 된다. 옷을 잘못 입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입기 위해서는 잘못 채워진 단추부터 풀고서 서로의 짝을 맞춰줘야 한다. 물론 몇 번째 단추가 잘못 끼워진지 안다면 말이다.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두고 안팎에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뒷말이 나온다. 군이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 내용을 축소하거나 숨기기 급급했다는 국민적 의심을 스스로 샀다는 말이다. 군은 상황 전달 과정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으며, 잘못된 사실을 공표하기도 했다. "군이 스스로 신뢰를 잃었다"라는 자조 섞인 군 내부 목소리도 새어나왔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건 발생 후 2시간이 지나서야 언론 공지를 통해 '비무장지대 작전 수행 간 환자발생'이라는 이름으로 상황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당시는 이미 SNS를 통해 'DMZ 북한 지뢰 폭발', '사상자 다수 발생', '사고 축소·은폐'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의 우후죽순 퍼져 진실과 거짓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 가짜뉴스들을 바로잡았어야 할 우리 군은 불친절하고 뒤늦은 공지로 이번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커지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쟁통이었으면 적의 심리전에 고스란히 당했을 상황이다.


22일 오전 진행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도 군은 여러 의혹을 국민 앞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만 하루가 지난 뒤였음에도 말이다. 북한군의 도발로 추정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는 폭발 지점에 대해 합참은 "작전 보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부상자 중 1명이 폭발 당시 지뢰 덧신을 신고 있지 않았다는 진술도 있었지만, 군은 이들이 방호장구류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군은 부상자가 3명인지, 2명인지도 오락가락했다. "조사 방법은 알지 못한다"거나 "확인해 보겠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한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반복했다. 군이 스스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 됐다.


이후에도 정치권과 군, 방산 전문가들은 작전 투입 병력들의 부상 정도 등을 근거로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들을 수일동안 끊임없이 제기했다. 덩달아 국민들의 인식도 '북한군 지뢰에 의한 폭발'로 굳어져 갔다. 이에 침묵하던 군은 사건 발생 7일만인 지난달 28일이 돼서야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입장을 냈다.


이마저도 군이 현장조사 일정을 앞당기지 않았다면 더 늦어질 뻔했다. 당초 군은 폭발 지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29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여론의 비판이 들끓자 3일 앞당겨 실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군이 가장 늦게 입장을 발표한 부분은 아이러니하다. 해외 일정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북한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지점도 이 부분이다.


군이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이때까지의 타임라인을 제시했지만, 뒤늦은 해명에 군 내부에서도 "이미 의혹이 굳어져 버린 상황에서 군이 해명한들 누가 믿겠나"라는 한탄들이 많았다.


수색로 개척 작전이 종료됐음에도 "작전 보안"을 들먹이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설명을 거부하던 합참을 보며 군 관계자들 역시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군의 대응이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SNS에서 국군은 항상 조리돌림의 대상이다. 누가 자랑스러운 국군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나. 첫 단추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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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름 기자 (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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