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화석연료 여신 9.5조인데…금융배출량 감축 목표도 없다
입력 2026.09.29 15:36
수정 2026.09.29 15:37
지난해 말 잔액 9조4533억원
2021년보다 1조1870억원 증가
5년간 신규 여신 10조7914억원
지난해 신규 취급 77.3% 해외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경찰청의 압수수색 통지 및 방문 과정에서 지난달 22일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지난 10일 이를 공시했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산업은행의 화석연료 관련 여신이 9조5000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대출과 투자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인 ‘금융배출량’은 아직 산정·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에 대한 감축 목표와 이행 실적도 없는 상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은의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여신잔액은 9조45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말 8조2663억원보다 1조1870억원 늘어난 규모다.
2024년 말 9조6199억원과 비교하면 1666억원 줄었지만 5년 전보다는 여전히 1조원 이상 많다.
연료별로 보면 지난해 말 LNG 관련 여신잔액이 4조511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석유가 3조7777억원, 석탄이 1조163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새로 취급한 화석연료 관련 여신은 모두 10조7914억원에 달했다.
LNG가 5조8204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석유 4조1697억원, 석탄 8013억원 순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해외 화석연료 금융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해외 화석연료 신규취급액은 1조4021억원으로 1년 전 1조529억원보다 33.2% 증가했다.
반면 국내 신규취급액은 같은 기간 1조2268억원에서 4122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화석연료 신규취급액 가운데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2.0%에서 지난해 77.3%까지 높아졌다.
해외 화석연료 여신잔액도 2021년 말 3조2365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5810억원으로 2조344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여신잔액은 5조298억원에서 3조8723억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산은은 이 같은 대출과 투자가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과 연결되는지를 나타내는 금융배출량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은은 의원실에 금융배출량 산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공표할 수 있는 수치는 없다고 밝혔다.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와 이행 실적에 대해서도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금융배출량은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기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가운데 금융회사의 자금 제공 비율만큼을 계산한 수치다.
금융회사가 직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더라도 어떤 산업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지에 따라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배출량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다.
산은은 기업이 실제 탄소배출량을 충분히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금융배출량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배출량 공시가 의무화돼야 구체적인 산정·공시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제 금융배출량 산정 기준인 탄소회계금융협회(PCAF)는 기업의 실제 배출량 자료가 없더라도 매출액이나 자산액 등 경제활동 자료와 업종별 평균 배출계수를 활용해 배출량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PCAF 기준을 활용해 금융배출량을 산정·공개한다.
실제 배출량 자료가 부족하면 추정치의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금융배출량 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창민 의원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신이 제공한 금융이 얼마나 많은 배출량과 연결되는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공시가 부족하다면 산정 가능한 범위와 추정치의 한계를 먼저 공개하고 자료의 정확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