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소비 3년째 감소…필라이트는 '역주행', 왜
입력 2026.09.30 07:29
수정 2026.09.30 07:29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누적 출고 29억캔
발포주는 기타주류로 분류
맥주 대비 주세 낮아 가격 경쟁력 앞서
"고물가 속 소비 대안 된 듯"
서울의 한 마트 맥주 진열대의 모습.ⓒ뉴시스
국내 맥주 시장이 3년 연속 위축된 가운데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브랜드 '필라이트'는 판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로 주류 소비에서도 가격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일반 맥주보다 저렴한 발포주가 가성비를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30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2017년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출고량 29억캔(355ml 기준)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약 1% 증가했다.
필라이트의 성장세는 국내 맥주 시장 흐름과 대비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출고량은 151만9000kl로 전년보다 7.2% 감소했다. 2022년 169만8000kl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상반기 맥주 부문 매출이 3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3820억원보다 11.9% 줄었다. 맥주 시장 전반의 소비 위축에도 필라이트는 소폭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편의점에서 500mL짜리 국산 맥주 한 캔이 3000원~4000원 수준에 판매되는 반면, 발포주는 1700원대다. 맥주와 맛은 비슷하지만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발포주는 장기 침체를 겪던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처음 등장해 '불황에 잘 팔리는 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하이트진로가 2017년 필라이트를 출시하며 발포주 시장을 열었다.
발포주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의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의 맥아 함량은 9.9%다. 주세법상 맥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주세 적용 방식도 다르다. 필라이트가 속한 기타주류의 경우 출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30%의 주세가 부과된다.
반면 맥주는 출고량을 기준으로 리터당 885.7원의 주세가 적용된다. 과세 방식의 차이가 발포주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반 맥주와 맛은 유사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가성비 제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지면서 오히려 필라이트 같은 가성비 발포주가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역대 최고 출고량을 달성한 필라이트의 판매는 지속 상승하고 있다"며 "올해도 최다 출고량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발포주를 맥주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기보다, 전반적인 주류 소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보완재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무알코올 맥주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출시되는 제품군으로 꼽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술을 안 마시는 문화 확산으로 국산 맥주 소비가 감소세에 있기 때문에 발포주나 무알코올 맥주 브랜드를 만들어 실적 하락분을 상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