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잔치 독식하고 군 면제…아시안게임 야구가 불편한 이유 [기자수첩]
입력 2026.09.29 08:49
수정 2026.09.29 08:50
1994년 정식 종목 이후 한·일·대만이 메달 독식
병역 미필 선수들 대거 출전, 손쉬운 금메달
아시안게임 야구는 프로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라는 강력한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 ⓒ 연합뉴스
한국 야구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5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을 상대로 결승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정상에 오른 결과만 놓고 보면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축하 분위기에 들뜨기에는 아시안게임 야구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가 너무 뚜렷해 민망하다는 지적이 먼저 따른다.
한국은 사실상 프로 1군에 가까운 전력을 꾸렸고,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여기에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까지 주어진다. ‘민망한 금메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구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다. 지금까지 한국·일본·대만이 사실상 메달을 독식해왔다. 그나마 팀을 꾸릴 수 있는 국가로 중국이 있으나 매 대회 4위에 머물고 있다.
9차례 대회에서 한국은 7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1994년 히로시마에서는 일본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고, ‘도하 참사’로 기억된 2006년에는 대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동메달이었다. 금메달 획득 난도가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선수 구성에서도 큰 차이가 두드러진다. 일본은 프로야구 선수들이 뛰는 일본프로야구가 존재하지만 아시안게임에는 사회인 대표팀을 보낸다.
일본 입장에서는 굳이 정예 프로 선수들을 아시안게임에 내보낼 이유가 없다. 일본은 병역 의무가 없고, 국제대회에서 아시안게임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무대가 존재한다. 사회인 야구가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일본의 특성상 기업 소속 선수들만으로도 대표팀을 꾸릴 수 있다. 실제 일본은 아시안게임 야구 첫 정식 종목이었던 1994년에도 사회인·대학생 중심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정반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남자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이번에도 한국 대표팀 24명 가운데 병역 미필 선수는 무려 16명이었다.
더구나 이번 대표팀은 아마추어 선수를 뽑지 않은, 사실상 프로 100% 구성이었다. KBO는 리그 중단 없이 대회를 치르기 위해 각 구단별 차출 인원을 제한하면서도, 대표팀 자체는 최대한 병역 혜택이라는 확실한 보상을 주기 위해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총동원했다.
아시안게임 야구 메달 획득 국가. 한국과 일본, 대만의 금은동 싹쓸이가 반복되고 있다. ⓒ 데일리안 스포츠
과거에도 아시안게임 야구를 둘러싼 병역 특혜 논란은 반복됐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나지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오지환과 박해민 등이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이른바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였다. 금메달을 따는 순간 개인에게는 병역 혜택이라는 막대한 보상이 돌아가는 만큼 대표 선발 과정부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병역 회피성 차출' 논란이 계속해서 불거지자 성난 야구팬 여론은 "차라리 금메달을 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KBO와 야구계는 연령 제한(25세 이하)과 구단별 차출 제한 카드, 중단 없는 리그 진행 등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대표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과 노력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다. 다만 프로 1군에서 활약하는 정예 선수들이 회사원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병역 혜택까지 받는 현 구조가 과연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이를 온전히 국위선양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때문에 아시안게임 야구는 국위선양이라는 본래의 취지보다 병역 해결이라는 사적 이익이 더 부각되고 있어 팬들이 느끼는 감정은 환희가 아닌 ‘민망한 금메달’에 가까워지는 형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