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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회담, 외화내빈 의전”···현안 언급 안 한 채 ‘우정’만 역설 [미중정상회담]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9.25 14:58
수정 2026.09.2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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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만찬에 美 AI·빅테크 거물 총출동…中기업인 全無해 '반쪽 초청‘

9년前 중국어 노래 불렀던 트럼프 외손녀, 국빈 환영식에 등장해 눈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 도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현지시간)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등에서 무역분쟁, 이란전쟁, 대만문제 등 현안들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두 나라의 공존과 우정을 거듭 역설함으로써 알맹이가 없는 겉만 번지르르하다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시 주석과 나는 서로 다른 체제를 대표한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지만, 양국 국민의 유대는 지속하고 있다”고 밝혀 미·중관계가 돈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58년 전 중국의 외교사절단이 처음 미국 방문했던 역사를 반추하며 “오늘 밤 우리는 우리 시대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문화·정부 분야 지도자들과 함께 이 자리에 모여, 그 첫 만남의 정신을 미국 땅에서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뉴욕에서 출발한 최초의 미 무역선이 중국 주장(珠江) 기슭에 도착한 이래 우리는 지금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손자(孫子·춘추전국시대의 병법가)에서 손중산(孫文·중화민국 건국 인물)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다”며 올해가 미 건국 250주년이라고 소개하며 미국의 국조(國鳥)인 흰머리수리 조각상 선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시 주석도 “반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중·미 양국 대통령이 상호 국빈 방문을 한 것은 양국 관계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이번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과 미국이 어깨를 나란히 해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싸운 역사를 강조하면서 “피와 불 속에서 맺어진 이러한 우정은 반드시 세대를 거쳐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우리는 중·미관계의 또 다른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과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중국식 현대화는 모두 야심 찬 목표지만 서로를 보완하며 함께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의 국력 증대가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공동의 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오전의 국빈 환영식 행사 연설에서도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중화민족 부흥은 함께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미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우려해 견제에 나서면서 결국 무력 충돌하게 된다는 뜻으로, 미·중 충돌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쓰인다.


국빈 만찬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만찬 초청자 명단에는 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해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 겸 공동창업자가 포함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X) 회장 겸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 등 AI 개발 경쟁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수장들도 명단에 올랐다. 리사 수 AMD CEO,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반도체 업계 인사도 초청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자리한 헤드테이블에도 젠슨 황, 리사 수, 일론 머스크, 팀 쿡 등 CEO 4명이 함께 앉았다. 젠슨 황과 리사 수는 대만계 미국인이고, 머스크의 테슬라와 쿡의 애플은 중국 현지 공장과 시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들이다.


일론 머스크(가운데)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멜라니아 여사와 건배를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반면 백악관이 공개한 만찬 초청자 명단에서 중국 기업인은 한명도 없었다. 중국 측에서는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비롯해 시 주석의 최측근인 차이치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 당정 고위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당시 미국 기업 대표단을 대동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공들인 의전과 달리 미중 간 핵심 양국 현안에서 눈에 띄는 돌파구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일정이 정상회담과 정교하게 준비된 의전 행사로 채워졌지만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에서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화려한 의전과 상투적 언사는 많았지만 실질적 내용은 부족했다"고 평가절하했다. 로이터통신도 “상징성은 강했지만 실질적 내용은 빈약했다”며 비공개 회담에서 AI와 무역, 대만, 이란 전쟁 등 까다로운 현안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징후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 쿠슈너(15)가 이날 국빈 환영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9년 전 시 주석 부부 앞에서 중국어로 노래를 불렀던 아라벨라의 참석은 양국의 친밀감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날 환영식에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JD 밴스 부통령 부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그의 딸 아라벨라가 나란히 자리했다. 모녀는 외교 수장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보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 가까운 자리에 배치됐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빈 환영식에서 JD 밴스(왼쪽부터) 미 부통령 부부와 이방카 트럼프, 딸 아라벨라 쿠슈너가 의장대 사열을 기다리고 있다. ⓒ EPA/연합뉴스

아라벨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였던 2017년 4월 시 주석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를 방문했을 때 다섯 살의 나이로 세 살배기 남동생 조지프와 함께 시 주석 부부 앞에서 중국 민요를 불렀다.


같은 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 때 아라벨라가 중국어로 노래하고 중국의 어린이 교육서 '삼자경'(三字經)을 암송하는 영상을 가져갔다. 이방카와 재러드 쿠슈너의 맏딸인 아라벨라는 생후 16개월부터 중국인 유모에게 중국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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