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 민심은 下] 멀어진 내 집 마련, 불안한 주식 투자…2030이 본 李정부 경제정책
입력 2026.09.25 08:00
수정 2026.09.25 08:00
서울 2030 8명에게 부동산·주식 시장 물어보니
높은 집값에 대출 부담…"10억 넘으면 엄두 안 나"
매매 서두르지만…대출 규제에 자금 조달 부담
국내 증시 변동성에 불신…"투기장처럼 변했다"
추석 전날인 24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남성시장이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 규제를 유지하면서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보호 강화 등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청년들에게 내 집 마련과 자산 형성의 기회를 넓혀주고 있을까. 추석을 앞두고 서울에 거주하는 20·30대 8명에게 정부의 부동산·주식 정책과 실제 시장에서 느끼는 변화에 대해 물었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에도 청년들이 체감하는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동작구에 사는 20대 공무원 준비생 정모씨는 "집을 살 능력이 안 되니까 지금 당장은 집을 살 생각이 없다"며 "10억원이 넘는 가격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책이 뉴스에 자주 등장해도 당장 집을 살 수 없는 자신에게는 관심에서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에 매매를 서두르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주변에서 전세를 떠나 매매를 준비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고 했다. 오래된 집을 산 뒤 수천만원을 들여 수리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진짜 막차를 탑승한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서둘러 집을 구하려 해도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김씨는 "대출 한도가 줄어서 자금 조달에 대한 걱정을 하는 목소리 역시 많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을 예상하면서도 대출 때문에 망설이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규제가 청년의 주택 구입 기회를 좁혔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동구의 30대 회사원 홍모씨는 "현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버거운 가격대까지 올라간 상태"라며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집을 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30대 여성 정모씨는 부동산 문제를 규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책의 취지가 좋더라도 경제 상황을 살피며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 주거 지원에서는 결혼 여부에 따른 차이를 지적했다. 정씨는 "신혼부부에 집중된 청약 제도 아래에서는 미혼 청년이 주택을 구하기 어렵거나 선택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이 지나치게 작다"며 "청년 대상 저금리 대출과 함께 혼자 사는 청년도 생활할 만한 주택을 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큰 변동성이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송파구의 30대 프로그래머 김모씨는 국내 증시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된다고 느낀다며 "개미들이 피해를 많이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모씨는 또 "국내 시장의 주가 움직임이 일부 종목에 치우쳐 있다"며 "투자한다면 국내 주식보다 규모 있는 종목이 다양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미국 주식을 택하겠다"고 했다.
주가 변동을 지켜보며 새로 투자할 마음이 사라졌다는 답변도 있었다. 송파구의 30대 방송국 PD 정모씨는 국내 주식에 대해 "이젠 신뢰의 영역이 아닌 느낌"이라며 "변동성이 너무 크고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돈을 들여 사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같은 지역의 30대 여성 정모씨도 "원래 불신했는데 투기장처럼 변해 더욱 불신하게 됐다"고 답했다.
실제 투자 손실을 겪은 청년에게 증시 활성화 정책은 수익으로 체감되지 않았다. 서초구의 30대 여성 임모씨는 보유 종목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손실이라며 "주식창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종목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도 불안하게 느낀다고 했다.
임씨는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청년의 실제 형편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금 상품이 있어도 돈이 부족한 청년에게는 매달 50만원을 저축하는 것부터 부담"이라며 "저축을 장려하는 것만으로 청년 간 자산 격차를 줄이기는 어렵다"고 했다. 행복주택과 청년주택 등 주거 지원도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태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