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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벽은 높지만…‘타짜:벨제붑의 노래’가 꺼낸 노재원이라는 강력한 패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23 08:29
수정 2026.09.2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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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덤으로 옮겨간 마지막 승부…최국희 감독 신작

‘타짜’라는 이름에는 여전히 강한 기대가 따라붙는다. 2006년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남긴 인상이 워낙 강렬한 탓이다. 이후 새로운 인물과 판을 내세운 후속작들이 이어졌지만 첫 작품의 벽을 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 역시 그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다. 대신 홀덤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심리전과 배우들의 에너지로 자신만의 판을 벌인다. 원조를 넘어서는 패는 아니어도,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볼 만한 카드는 갖췄다.


이번 판의 중심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두 남자, 장태영(변요한 분)과 박태영(노재원 분)이 있다. 장태영은 유난히 운이 따르는 사람이다. 지각을 해도 하필 그날은 별 탈 없이 넘어가고, 마음먹고 공부하면 친구가 죽을 만큼 노력해 들어간 대학에도 따라 들어간다. 반면 박태영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야 했다.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박태영에게는 종교에 빠진 엄마가 있었고, 부모가 없는 장태영에게는 엄마처럼 따뜻한 누나가 있었다. 오랜 우정 한편에 열등감이 조금씩 쌓여간 이유다.


'타짜:벨제붑의 노래' 포스터 ⓒCJ ENM

두 사람의 관계는 대학까지 이어진다.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함께 고생해 스타트업을 세운 뒤 회사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는다. 오랜 시간 삶의 중요한 순간을 공유해온 두 사람이지만, 결국 박태영의 배신으로 관계는 완전히 뒤집힌다. 장태영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죽을 위기에서도 특유의 운으로 살아남은 장태영은 포커 챔피언 곽동욱(조우진 분)을 만나 기술을 전수받고, 박태영에게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한 판을 짜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복수극의 외피를 두른 도박 영화의 본색을 드러낸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힘을 얻는 순간은 홀덤 테이블에 인물들이 둘러앉으면서부터다. 누가 어떤 패를 들고 있는지보다 상대가 무엇을 들고 있다고 믿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허세와 거짓말, 표정과 베팅을 통해 서로의 속내를 떠보는 과정이 영화의 긴장을 만든다. 결국 카드 게임인 동시에 사람을 읽는 게임이고, 장태영과 박태영이 오랫동안 쌓아온 감정 역시 이 판 위에서 승부의 일부가 된다.


다만 홀덤의 규칙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재미에는 차이가 있을 듯하다. 영화가 대사를 통해 상황과 승부를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룰과 베팅 방식을 모르면 빠르게 오가는 수 싸움을 온전히 따라가기 버거운 순간이 있다.


반대로 홀덤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누가 우위에 있는지, 왜 저 타이밍에 승부수를 던지는지를 읽으면서 심리전을 한층 쫄깃하게 즐길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판을 붙잡는 가장 확실한 패다. 변요한은 언제나처럼 안정적이다. 능청스러움과 날 선 얼굴을 오가며 장태영의 상승과 추락, 반격을 끌고 간다. 이미 여러 작품에서 증명해온 변요한 특유의 에너지가 이번에도 제 몫을 한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스틸 ⓒCJ ENM

오히려 강하게 눈에 들어오는 쪽은 노재원이다. 그동안 여러 조연작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보여왔던 노재원은 박태영을 만나 제대로 물을 만난다. 장태영을 향한 열등감과 애정, 질투와 경쟁심이 뒤엉킨 인물을 단순한 악역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오랜 친구를 무너뜨릴 만큼 뒤틀렸으면서도 그 감정의 출발점에는 평생 장태영과 자신을 비교해온 시간이 자리한다. 노재원은 그 복잡한 감정을 날카롭게 밀어붙이며 장태영과 대립하는 또 하나의 축을 세운다.


의외의 카드도 있다. 스윙스다. 우려의 시선이 따라붙을 법하지만 비중을 과도하게 키우지 않았고, 연기 역시 작품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는다. 자신의 이미지가 먼저 튀어나오기보다 맡은 역할 안에 자연스럽게 섞인다.


시리즈 특유의 성인 오락영화로서의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베드신과 액션은 필요한 순간 확실하게 강도를 높인다,


전체적으로 원조 ‘타짜’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어쩌면 그건 후속편들이 처음부터 짊어져야 했던 너무 높은 판돈인지도 모른다.그럼에도 마지막 판을 무기력하게 접지는 않는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마지막까지 패를 확인하게 만드는 맛은 있다. 23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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