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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 박해일·이민호 ‘암살자(들)’, 현대사 빈칸을 파고든 집요한 추적극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23 08:30
수정 2026.09.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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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 신작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총성이 울린다. 영부인을 향한 저격 사건은 재일교포 문태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나지만 현장에는 설명되지 않는 흔적이 남는다. 범인이 발사한 총알의 수는 오발탄까지 여섯 발.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은 네 발이다. 마지막 한 발은 문태광이 제압된 뒤 울렸다. 현장에서 총을 맞고 숨진 여고생을 둘러싼 정황 역시 공식 발표만으로는 선뜻 설명되지 않는다.


‘암살자(들)’은 역사에 기록된 결론보다 그 틈에 남겨진 의문에서 출발한다. 사건 당일 현장 경호를 맡았던 중부서 경감 박철구(유해진 분)는 동료가 책임을 떠안게 되면서 수사 결과에 의문을 품는다. 동성일보 사회부장 김재환(박해일 분)은 발표된 내용과 현장에서 확인되는 사실의 간극을 놓치지 않고, 사건을 직접 목격한 신입 기자 한영일(이민호 분)도 취재에 뛰어든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한 세 사람은 탄흔과 총성, 범인의 동선을 하나씩 되짚으며 공식 기록 바깥에 남겨진 진실에 접근한다.


'암살자(들)' 스틸 ⓒ하이브미디어코프

사건의 미스터리를 좇는 과정에서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무엇이 진실인지 밝히는 데 머물지 않고, 권력이 불편한 진실을 가리고 이를 말하려는 목소리를 억압하는 과정까지 들여다본다. 여기에 유신정권의 검열과 언론 통제, 자유언론실천에 나선 기자들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던 이야기는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넓어진다.


‘암살자(들)’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의문을 실제 자료와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지만, 발견되지 않은 탄환과 추가 총성 등 의혹을 쌓아가는 과정은 관객의 시선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특히 후반부 실제 기록 영상까지 더해지면서 영화적 가설과 역사적 사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관객의 판단에 맡긴다는 태도와 달리 답을 어느 정도 유도한다는 인상을 남긴다.


같은 사건을 좇는 세 인물의 이유는 서로 다르다. 철구에게 진실을 밝히는 일은 억울하게 책임을 떠안은 동료와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재환과 영일에게는 기자로서 무엇을 확인하고 기록할 것인가의 문제다. 서로 다른 동기를 가진 세 사람의 추적이 맞물리면서 이야기에 추진력을 만든다.


여기에 박정민, 정우성, 심은경, 박해준, 류경수, 박성훈, 신현빈 등 여러 배우가 조연 및 특별출연으로 가세했다. 짧은 등장에도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는 반가움과 보는 재미가 있지만,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인물보다 배우 자체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순간도 있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사건의 흐름에서 시선이 잠시 분산되는 지점이다.


그 가운데 영화에서 가장 선명한 인물은 재환이다. 권력의 압박에도 자신이 확인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 그는 기자가 지켜야 할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자칫 뜨거움이 앞설 수 있는 인물이지만 박해일은 절제된 연기로 그 온도를 조율한다. 단단한 말투와 흔들림 없는 태도로 재환의 신념을 설득력 있게 쌓아 올리며 인물에 신뢰감을 더한다.


영일은 재환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사건 한복판에 놓인 신입 기자에서 출발해 모순을 하나씩 목격하면서 점차 취재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이민호는 재환의 단단함과 대비되는 젊은 기자의 패기와 행동력을 보여주며 극에 속도를 더한다.


‘암살자(들)’이 끝내 바라보는 것은 총성의 진실만은 아니다. 진실을 알고도 말할 수 없었던 시대와, 그럼에도 이를 밝히고 알리려 했던 사람들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끌어온다. 보이지 않는 힘이 사실을 덮고 조작하려 할 때에도 의심하고 확인하며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 동시에 영화는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가 어떤 저항과 희생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도 되새기게 한다. 그 야만의 시대로부터 이제 겨우 52년이 지났을 뿐이다. 23일 개봉. 러닝타임 131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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