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대작 실패 후 몸집 줄인 CJ ENM…‘타짜’·‘실낙원’으로 부진 끊을까 [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19 14:01
수정 2026.09.19 14:01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라인업 줄이고 투자 부담 낮추고…CJ ENM의 달라진 선택

20년 장수 IP ‘타짜’로 추석 공략…‘실낙원’은 저비용 전략

한때 해마다 굵직한 한국 영화를 만들었던 CJ ENM의 영화 라인업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작의 흥행 실패가 반복되면서 작품 수를 줄였고, 올해 상반기에는 신작 한국 영화를 한 편도 내놓지 않았다. 긴 공백 끝에 CJ ENM이 선택한 작품은 20년 된 장수 지식재산권(IP) '타짜'의 마지막 편과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실낙원'이다.


영화사업의 부진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CJ ENM의 영화·드라마 부문은 2023년 975억원, 2024년 4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6년 상반기에도 연결 기준 2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 전체가 상반기 2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영화·드라마 부문이 CJ ENM 전체 매출에서 약 32%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다.


배경에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들의 연이은 부진이 자리한다. '외계+인' 1부는 154만명, '더 문'은 51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베테랑2'가 흥행하며 분위기를 돌리는 듯했지만 약 300억원이 투입된 '하얼빈'은 최종 490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해외 판매로 손익분기점이 당초 약 650만명에서 500만명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극장 관객만으로는 이 선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악마가 이사왔다'는 최종 43만 6436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294만명의 관객을 모았고 해외 선판매 등을 통해 손익분기점을 넘겼지만 국내 극장에서 대규모 관객을 동원하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 ·'실낙원' 포스터ⓒCJ ENM

CJ ENM이 영화 라인업을 축소한 것과 달리, 올해 상반기 극장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극장 매출액은 57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9% 증가했고, 한국 영화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의 94.2%까지 회복했다. '왕과 사는 남자' '군체' '살목지' '만약에 우리' 등 네 편을 배급한 쇼박스는 이들 작품을 모두 흥행시키며 전체 배급사 매출액 점유율 48.6%를 차지했다.


CJ ENM뿐 아니라 주요 투자배급사 전체가 작품 수를 줄이는 흐름은 뚜렷하다. 올해 초 기준 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플러스엠 등 5대 배급사가 2026년 개봉을 예고한 한국 상업영화는 22편으로, 코로나19 이전 연간 40편 안팎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까지 줄었다.


NEW는 올해 '휴민트'를 사실상 유일한 극장 개봉작으로 내세웠고,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하트맨' '부활남' '와일드 씽' 등을 배치했다. 플러스엠은 주요 투자배급사 가운데 비교적 많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나홍진 감독의 '호프' 등 대형 프로젝트에 힘을 실었다. 영화 공급 감소가 CJ ENM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과거 가장 많은 대작을 공급하던 회사였다는 점에서 CJ ENM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그렇게 작품 수를 줄인 CJ ENM이 먼저 꺼내는 카드는 추석 연휴를 노린 '타짜: 벨제붑의 노래'다. 허영만·김세영 작가의 만화 '타짜' 4부를 원작으로 '국가부도의 날' '인생은 아름다워'의 최국희 감독이 연출하고 변요한, 노재원, 조우진 등이 출연한다.


CJ ENM이 새로운 IP 대신 '타짜'를 택했다는 점은 현재의 전략을 보여준다. 2006년 최동훈 감독의 '타짜'를 시작으로 '타짜-신의 손'(2014), '타짜: 원 아이드 잭'(2019)을 거쳐 20년간 이어진 시리즈로, 1편은 약 684만명, 2편은 401만명, 3편은 22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앞선 작품을 모두 보지 않았더라도 '타짜'라는 제목만으로 어떤 장르와 세계를 보여줄 것인지 짐작할 수 있고, 고니·아귀 등 전편의 캐릭터와 대사도 오랫동안 대중문화 안에서 소비돼왔다. 극장 관람에 이전보다 신중해진 관객에게 익숙함은 작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편을 거듭할수록 관객 수가 꾸준히 줄어든 추세는, 20년간 쌓은 브랜드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며 이전 시리즈와 다른 재미까지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함께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10월 21일 개봉하는 '실낙원'은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낮춘 작품이다. '부산행' '반도' '얼굴' 등을 만든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심리 스릴러로, 9년 전 실종된 아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현주와 배현성이 모자로 호흡을 맞췄다.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이라는 이미 알려진 창작자를 내세우면서 제작 규모를 낮춘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순제작비는 5억원으로, 국내 극장에 걸리기도 전에 해외 선판매만으로 순제작비 전액을 회수했다. 국내 극장 성적에 따라 제작비 회수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에서 일찌감치 벗어난 셈이다.


연 감독은 '군체' 역시 해외 124개국 선판매를 통해 극장 관객 기준 손익분기점을 500만명 이상에서 300만명 수준으로 낮춘 바 있는데, '실낙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개봉 전부터 순제작비를 확보하며 국내 극장 흥행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었다.


국내 개봉에 앞서 해외 영화제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실낙원'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공식 상영 4회, 약 2300석이 모두 매진됐다. 다음 달 열리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아시안 프리미어로 국내 관객에게 처음 공개된다.


결국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실낙원'은 규모를 줄인 CJ ENM이 택한 서로 다른 해법이다. 하나는 20년 동안 관객에게 익숙해진 IP를 활용해 극장 관객에게 다가가고, 다른 하나는 감독의 글로벌 인지도와 낮은 제작비, 해외 선판매를 결합해 흥행에 대한 재무적 부담부터 낮췄다. 공통점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뒤 국내에서 대규모 관객을 모아야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기존 방식, 즉 천만 영화 한 편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던 구조에서 벗어나 개별 작품이 감당할 위험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CJ ENM만의 선택이 아니라 제작비 상승과 흥행 불확실성 속에서 편수를 줄이거나 중·저예산·검증된 IP·해외 선판매로 위험을 나누려는 투자배급 업계 전반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다만 라인업이 얇아질수록 개별 작품의 성적이 갖는 무게는 커진다. 여러 작품에 투자하면 한 작품의 실패를 다른 흥행작으로 상쇄할 여지가 있지만, 카드가 두 장뿐이라면 실패를 만회할 다음 작품도 많지 않다. 올해 상반기 한국 영화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한 매출을 회복한 만큼, CJ ENM으로서는 시장 침체만을 부진의 원인으로 들기도 어려워졌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실낙원'이 이어진 부진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 몸집을 줄인 CJ ENM의 다음 영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