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단기조달 확대…후폭풍 가능성은
입력 2026.09.16 16:53
수정 2026.09.16 16:55
상위 9개 증권사 CP·단기사채
발행잔액 6개월 만에 97% 증가
"만기 미스매치 확대된 건 아냐
시장충격 시 조달여건 저하될 수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단기조달 규모가 크게 불어난 가운데 증권사들의 운신 폭 확대가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증시 활황에 따른 영업자산 확대 관련 운전자금 조달 성격이 강하지만, 시장 경색 및 단기 금리 급등 시 차환 위험 및 조달비용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은행·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나이스신용평가가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에서 장기성 공모조달은 15.6% 위축된 반면, 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은 68.0%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기업들이 높은 장기금리를 확정하기보다 CP·단기사채 등으로 우선 조달한 후 향후 장기금리가 안정되면 장기조달로 전환하는 전략의 경제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회사채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기업대출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은행대출이 회사채 조달 감소를 상당 부분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CP·단기사채 증가에 증권사 조달 확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위 9개 증권사의 CP·단기사채 발행잔액은 6개월 만에 9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CP·단기사채 시장 전체 발행잔액 증가분의 90%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사 단기조달 급증은 현재까지 유동성 부족이나 장기물의 단기 차환 목적보다는 증시 활황에 따른 영업자산 확대 관련 운전자금 조달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가영 나신평 평가정책본부 실장은 '기업 자금조달의 단기화, 배경과 위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증권사 단기조달 급증과 관련해 "신용융자·거래증거금·결제자금 등 회수기간이 짧은 영업자산에 대응해 단기로 조달하는 구조"라며 "자산·부채 간 만기 미스매치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조달구조가 단기화된 만큼 시장 경색이나 단기금리 급등 시 차환 위험 및 조달비용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단기조달 확대는 증권사 자체 신용위험뿐만 아니라 일반기업 조달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경색이나 단기금리 급등 시 증권사 입장에선 자체 유동성 확보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단기차입 차환과 증거금 납부 등에 필요한 현금 확보를 위해 신규 회사채·CP 인수와 채권 재고보유를 축소하는 한편, 직접투자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위험자산 운용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의 시장중개 기능과 위험인수 능력을 동시에 저하시켜 기업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증권사 단기조달 규모가 예년보다 크게 확대된 만큼, 향후 시장충격 발생 시 증권사 유동성 부담이 시장중개 및 위험인수 여력을 위축시키고, 일반기업의 조달여건 저하로 전이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