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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최민식과 한소희가 완성한 세대 간의 온기와 공감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16 09:16
수정 2026.09.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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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감독 연출

3년 만에 패션 브랜드 우투투를 성공시킨 한선우(한소희 분)는 회사의 가파른 성장만큼이나 숨 가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함께 창업한 영환(김준환 분)은 대외적으로 '오너 리스크'로 지적 받는 선우가 위태로워 보인다며 전문 CEO 영입을 제안한다.


회사를 직접 지키고 싶은 선우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영환의 지적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흔들린다. 그런 선우의 직속 비서로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배정된다.


선우는 물론 젊은 직원들에게도 한참 연장자인 기호는 선뜻 편하게 대하기 어려운 최고령 신입이다. 그러나 세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사람은 오히려 기호다. 젊은 직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새로운 문화를 익히고 신조어까지 배우며 자연스럽게 회사에 스며든다.


'인턴' 포스터ⓒ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맡겨진 일이 많지 않을 때도 가만히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할 일을 찾아 움직인다. 처음에는 기호를 어려워하던 직원들도 차츰 그에게 마음을 열고, 선우 역시 기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한국판 ‘인턴’은 이처럼 원작의 큰 틀을 과감하게 뒤집기보다 익숙한 이야기를 한국의 직장과 관계 안으로 옮기는 데 힘을 준다. 특히 곳곳에 심어놓은 한국적인 상황과 생활의 디테일이 친근하다.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에서 이 사람들이 만났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영화에 제법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 중심에는 한소희와 최민식의 호흡이 있다. 대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에 소원해진 남편과의 관계까지, 선우는 성공의 정점에 올라선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마음 놓고 힘들다고 말할 곳이 없다. 기호는 그런 선우 앞에 정답을 들이미는 사람이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묵묵히 지켜보다 필요한 순간 자신의 경험에서 길어 올린 말을 건넨다.


직장 상사와 인턴으로 만난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는 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의 온도를 만든다.


한소희와 최민식 역시 이 관계를 과하게 힘주지 않고 풀어낸다. 한소희는 빠른 성공을 이뤘지만 그 속도를 감당하느라 지쳐가는 선우의 불안과 고집을 함께 보여주고, 최민식은 기호를 모든 답을 알고 있는 현명한 어른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보다 훨씬 어린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들의 방식을 배우려는 태도가 기호를 매력적인 인물로 만든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 역시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세대 간 교감도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원작의 골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누군가에게는 안전한 선택, 더 나아가 다소 게으른 리메이크로 보일 여지도 있다. 한국적인 디테일을 더한 것이 새로운 각색이라기보다 이미 검증된 원작을 안전하게 현지화하는 데 머물렀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원작을 각별히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와 인물을 다시 만나는 데서 오는 익숙함보다 ‘그래서 한국판만의 새로운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먼저 묻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택한 방향은 분명하다. 새로운 해석으로 원작을 넘어서는 데 욕심내기보다 좋아했던 이야기의 온기를 지금의 한국으로 옮겼다. 가볍게 웃다가 선우의 버거움에 공감하고, 어느새 기호가 건네는 말과 시선에서 작은 위로를 받는다. 익숙해서 새롭지는 않지만, 바로 그 익숙함 덕분에 편안하게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인턴’이다. 러닝타임 132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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