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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 환자와 병실서 말다툼 중 '인간쓰레기'…모욕죄 성립할까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9.15 16:05
수정 2026.09.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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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회적 평가 저하할 모욕 행위로 단정 어려워"

"일시적 감정 표출…국가형벌권 행사 신중 기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뉴시스

병실에서 공용 전등을 끄고 전화기 전원 플러그를 뽑는 등 다른 환자들과 갈등을 빚은 환자에게 '인간쓰레기'라고 한 발언만으로는 모욕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전체적인 맥락 등을 고려하면 불만과 분노를 거칠게 표현한 일시적·충동적 발언에 해당해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정도의 모욕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모욕,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10월 대구의 한 병원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이 보는 가운데 전등 점등 문제로 시비가 붙은 B씨에게 "인간쓰레기네"라고 말해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021년 4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인근 도로에서 경찰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기재한 현수막을 걸고 이를 유튜브 채널에 올린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지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다른 환자들이 있는 가운데 '인간쓰레기'라고 지칭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경멸정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모역적 언사"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간쓰레기' 발언 관련 모욕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판단을 달리했다. 그러면서 B씨가 누워서 휴대전화를 보기에 눈이 부시다는 이유로 타인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병실 전등을 소등하고 개인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 공용 전화기 전원 플러그를 뽑는 행위가 말다툼을 유발했다고 짚었다.


A씨가 B씨의 잘못을 지적하던 중 이 사건 발언에 이르게 됐다는 것.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전체적 맥락과 표현 방법 및 의미와 정도 등을 법리에 비춰보면 불만이나 분노 감정을 거칠게 나타내면서 한 단발적이거나 즉흥적이고 충동적 발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일시적 감정 표출에 해당하는 표현은 성별·인종·장애·성적 지향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기반한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욕죄의 잣대로 국가형벌권 행사를 통해 개입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을 상하게 하는 등 명예 감정을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보일 뿐 객관적으로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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