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처럼 뛰고 싶어요"…심장병 앓던 14세 소년, 한국서 건강 되찾아
입력 2026.09.15 09:17
수정 2026.09.15 09:17
10년 넘게 치료 못 받아 심장·폐혈관 부담 커져
분당서울대병원서 두 질환 동시 수술…회복 후 귀국 예정
분당서울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임재홍 교수가 필리핀 빈센트 환아와 건강한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필리핀에서는 심장이 안 좋다는 걸 알고도 손쓸 방법이 없어 속상했는데, 이제 다른 친구들처럼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요.”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온 필리핀 국적의 빈센트 발렌테(14) 군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현지 의료 접근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진단 후에도 10년 넘게 치료받지 못했던 환아가 한국 의료진과 후원기관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15일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빈센트 군은 지난 4일 심장혈관흉부외과 임재홍 교수와 소아청소년과 이주원 교수의 협진으로 심방중격결손폐쇄술과 부분폐정맥환류이상교정술을 받았다.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해 지난 9일 퇴원했으며, 약 일주일간 통원치료를 거쳐 필리핀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필리핀 세부의 저소득층 청소년 기숙학교 ‘마리아 소년의 집’에 재학 중인 빈센트 군은 생후 11개월 무렵 심방중격결손을 진단받았다. 심방중격결손은 좌·우심방 사이 벽에 구멍이 생겨 심장과 폐혈관에 부담을 주는 선천성 심장질환이다. 결손이 크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호흡곤란을 비롯해 심부전이나 폐고혈압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심장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데다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빈센트 군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 또래처럼 활동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과 필리핀 빈센트 환아 가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치료 기회는 지난해 11월 찾아왔다.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필리핀 저소득층 청소년 건강 및 영양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빈센트 군의 심장질환을 확인하고 국내 초청 치료를 결정했다.
지난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기존 심방중격결손과 함께 ‘부분폐정맥환류이상’도 추가로 발견됐다. 이는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는 폐정맥 일부가 정상적인 좌심방이 아닌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선천성 질환이다. 두 질환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빈센트 군의 심장은 정상보다 크게 늘어나고 폐혈관에도 상당한 부담이 쌓인 상태였다.
심방중격결손만 있는 경우 심방 사이 구멍을 막는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빈센트 군처럼 부분폐정맥환류이상이 동반되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폐정맥을 좌심방으로 이어주는 교정술도 필요하다. 의료진은 두 수술을 함께 시행했으며, 빈센트 군은 수술 다음 날부터 인공호흡기 없이 스스로 호흡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임재홍 교수는 “심장병을 10년 넘게 치료하지 못했던 환아의 사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며 “여러 후원기관의 도움으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의료진 모두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치료에는 한국심장재단과 분당서울대병원 교직원 후원회인 ‘스누비안나눔회’, 재단법인 라파엘나눔 등이 수술비와 항공·체재비 등을 지원했다. 귀국 후에는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가 현지 학교 등과 소통하며 빈센트 군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