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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다시 세계 영화계 중심에…베니스 심사위원대상 품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9.13 04:07
수정 2026.09.1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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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사라지고 사람 사이 관계 끊어지는 시대…영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

‘오아시스’ 감독상 이후 24년 만에 베니스 본상

이창동 감독이 24년 만에 돌아온 베니스에서 다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지 24년 만이다. 오랜 시간 품어온 노동과 인간에 대한 질문을 담은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이창동의 영화가 여전히 세계 영화계에서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능한 사랑’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대상(Grand Jury Prize)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과 함께 경쟁 부문의 주요 상이다.


이 감독에게 베니스는 각별한 무대다. 2002년 ‘오아시스’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은사자상 감독상을 받았고, 문소리는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당시 ‘오아시스’는 국제비평가연맹상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칸국제영화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여온 이 감독은 올해 ‘가능한 사랑’으로 24년 만에 베니스 경쟁 부문에 복귀했고, 다시 본상을 품에 안았다.


이창동 감독ⓒ뉴시스/AP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먼저 “귀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함께한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한때 포기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함께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공동각본가 오정미 작가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을 차례로 호명한 뒤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 자신이 영화감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가족에게도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수상 소감의 마지막에는 ‘가능한 사랑’을 통해 던지고자 했던 질문을 꺼냈다.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저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여러분들께서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감은 ‘가능한 사랑’의 출발점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부부가 만나며 각자의 삶과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 제출한 연출의 글에서도 대규모 해고와 파업에 대한 강경 진압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던 당시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과 자본 같은 힘이 삶을 규정하더라도 인간이 자유를 향해 움직일 수 있으며, 그 욕망 자체가 사랑의 한 형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뉴시스/AP

‘가능한 사랑’은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 작품에서 그는 노동의 변화와 계급, 부부 관계와 욕망을 통해 오늘날 인간이 서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164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두 부부의 삶을 교차시키며 개인의 관계와 그 관계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함께 바라본다.


이번 수상으로 이 감독의 주요 국제영화제 수상 이력에도 또 하나의 기록이 추가됐다. ‘오아시스’로 베니스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 ‘시’로 2010년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고, ‘버닝’은 2018년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해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밀양’에서는 전도연이 2007년 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가능한 사랑’이 베니스 심사위원대상을 추가하면서 이 감독은 8년의 장편 공백을 깨고 돌아온 작품으로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냈다.


‘가능한 사랑’의 여정은 베니스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이 작품을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한 만큼, 베니스 심사위원대상을 안고 이제 오스카로 향한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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