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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블랙홀' AI·반도체, '탈출각'은 어떻게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09.11 06:59
수정 2026.09.1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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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산업지표가 핵심 분석 대상

앞으론 금융시장 여건도 주목해야

"새로운 다운사이클 경로 생겨"

AI 사이클, 당분간 견조할 전망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인공지능(AI) 사이클에 힘입어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 온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 공급 계약에 따른 실적 가시성에 베팅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금조달 관련 위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매 분기 확대되고 있는 대규모 AI 설비투자 덕에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만큼, 설비투자를 뒷받침하는 자금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주가 하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10일 '변화하는 시장환경과 신용위험'을 주제로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한신평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메모리 수요가 매우 강하고 단기간에 공급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2027년까지는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가시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설비투자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외부 자금조달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어 시장에서 질문은 오히려 더 많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AI 사이클의 지속성보다는 관련 설비투자를 뒷받침할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지를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기업과 관련해 "기존에는 메모리 가격이나 출하량, 전방 재고 같은 산업지표가 핵심 분석 대상이었다"면서도 "앞으로는 금리나 자본시장 유동성 같은 금융시장 여건도 분석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도와 현금 창출력이 우수한 대형 IT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다 보니 과거엔 반도체 고객사 신용도를 꼼꼼히 따져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설비투자 핵심 주체인 하이퍼스케일러들도 잉여 현금 흐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오라클처럼 신용도가 낮은 업체들도 AI 생태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고 있어 분석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AI 인프라 자금조달이 회사채·은행대출 등 직접조달 외에도 다양한 금융구조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례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활용해 안정화된 데이터센터의 미래 임대료를 유동화시켜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통해 후속 데이터센터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AI 클라우드 업체인 코어위브(CoreWeave)는 핵심 하드웨어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는 지연인출조건부대출(

Delayed Draw Term Loan·DDTL)로 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DDTL의 경우 공사 진척도 및 GPU 입고 시점에 맞춰 자금을 필요한 만큼만 빌려 사용하는 방식이다. 상환 역시 고객사로부터 클라우드 이용료를 받는 시점에 이뤄진다.


컴퓨터 사용료를 지급하는 고객 신용도와 사용료 규모를 보고 대출이 실행되는 만큼, 신용위험의 무게중심이 고객 신용도와 현금 흐름에 있는 셈이다.


10일 '변화하는 시장환경과 신용위험'을 주제로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신용평가 크레딧 이슈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관련 자금조달 방식을 두고 '돌려막기'라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당분간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근 AI 인프라 자금조달의 '디테일 변화'가 낙관적 전망의 배경이다.


일례로 과거 발생한 코어위브 DDTL은 대출 만기 시점과 기초자산이 되는 고객사의 장기 클라우드 계약 기간을 일치시켰다. 부실 위험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지난달 발행된 최신 DDTL은 대출 만기 5년, 고객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설정됐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계약 3년이 끝나더라도 강력한 AI 수요로 쉽게 재계약이 되고 GPU 자산가치도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라며 "남은 2년의 대출에 대해서도 회수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일단 낙관론에 기운 모양새지만, 메모리 수요가 금융 여건에 영향을 받는 '새로운 위험 경로'가 생겼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장기 공급계약으로 물량과 가격의 단기 가시성이 높아졌지만, 고객사 신용도 하락이나 자본시장 경색 등이 불거지면 장기 공급계약이 재협상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 여건이라는 새로운 다운사이클 경로가 생겼다"며 "다운사이클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도 감내할 수 있는 재무 완충력이 신용도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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