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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탐낸 美조선소…2천억 적자에도 몸값 1.8조인 이유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9.09 13:42
수정 2026.09.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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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캣 최대 13.5억 달러…한화 최고가보다 1.5억 달러 높여

美사업 2억 호주달러 적자에도 수주잔고 100억 달러 웃돌아

핵잠수함 모듈·대형 군함 생산 확대…美해군 공급망 가치 부각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한화

지난해 2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낸 미국 조선업체 오스탈USA에 1조8000억원이 넘는 인수가격이 제시됐다. 적자 전환에도 몸값이 오히려 한화가 지난달 제시했던 가격보다 높아졌다. 100억 달러가 넘는 미 정부 수주잔고와 핵잠수함 공급망에 진입한 생산기반이 당장의 손실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오스탈 등에 따르면 와일드캣이 이끄는 투자자 컨소시엄은 오스탈USA를 12억5000만~13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내용의 비구속적 제안(NBIO)을 제출했다. 현금·부채가 없는 기준의 기업가치(EV)다.


지난달 한화디펜스USA가 제시한 10억5000만~12억 달러보다 가격 범위 전체가 높다. 와일드캣의 최저 제안가조차 한화의 최고가보다 5000만 달러 높고, 최고가끼리 비교하면 격차가 1억5000만 달러다. 양측 모두 4주간의 실사를 거쳐 거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표면적인 실적만 보면 이 같은 몸값 경쟁은 이례적이다. 오스탈USA는 2026회계연도 2억280만 호주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9770만 호주달러 흑자에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매출까지 무너진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오스탈USA 매출은 13억8260만 호주달러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조선 부문 매출은 11억4020만 호주달러로 오히려 3.9% 증가했다.


대규모 적자에는 예인·구난함(T-ATS), 중형 보조부유식 건선거(AFDM), 상륙주정(LCU) 등 일부 기존 함정 프로그램의 비용 증가를 반영한 충당금이 영향을 미쳤다. 오스탈은 이들 계약의 비용 증가분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반면 향후 일감은 상당하다. 오스탈USA가 공식적으로 밝힌 계약 수주잔고는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를 웃돈다.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수상함뿐 아니라 잠수함과 항공모함 모듈 생산 물량까지 포함된 규모다.


대표적인 장기 사업은 미 해군의 차세대 해양감시함 T-AGOS 25다. 최대 7척을 설계·건조하는 사업으로 잠재 계약가치는 약 32억 달러다. 미 해안경비대의 해양경비함(OPC)도 최대 11척, 잠재 계약가치 33억 달러 규모다.


핵잠수함 공급망 진입도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오스탈USA는 제너럴다이내믹스 일렉트릭보트(GDEB)와 협력해 버지니아급과 컬럼비아급 핵잠수함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GDEB는 오스탈USA와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신규 모듈 생산시설 MMF3의 설계·건설·장비 확충 등을 지원하고 있다.


MMF3는 지난 6월 1단계 가동에 들어가 핵잠수함 모듈 생산을 시작했으며 전체 시설은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오스탈USA는 모빌 조선소에 신규 최종조립시설 FA2도 건설해 OPC와 T-AGOS 등 대형 함정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함정에서 발생하는 유지·보수 일감도 있다. 오스탈USA는 미 해군에 인도한 원정고속수송함(EPF)과 연안전투함(LCS) 등 32척을 대상으로 유지·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26회계연도 미국 지원사업은 조선 부문의 대규모 손실과 달리 2220만 호주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결국 한화와 와일드캣이 평가하는 것은 지난해 적자 규모보다 이미 확보된 미 정부 장기 일감과 핵잠수함 공급망, 신규 생산시설의 가치에 가깝다는 평가다. 미국이 자국 조선·잠수함 산업기반 확충에 나선 상황에서 오스탈USA의 생산능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도 몸값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가격만으로 인수전의 승패가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스탈USA는 외국 소유·통제·영향(FOCI)을 완화하기 위한 특별보안협정(SSA) 아래 운영되고 있다. 한화의 제안 역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와 국방방첩보안국(DCSA) 등의 승인을 거래 조건으로 두고 있다.


인수전에서 밀리더라도 한화와 오스탈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화는 현재 오스탈 지분 9.9%를 직접 보유하고 별도의 현금결제형 총수익스왑(TRS)을 통해 추가 9.9%에 대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호주 정부로부터 직접 지분을 19.9%까지 확대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지만 추가 취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인수 대상에는 오스탈 상장주식과 호주·필리핀·베트남 사업이 포함되지 않는다. 와일드캣이 미국 사업을 인수하더라도 한화의 기존 오스탈 지분은 남는다.


오스탈USA를 둘러싼 인수 경쟁이 본격화되자 시장도 반응했다. 와일드캣의 제안이 공개된 이날 오스탈 주가는 장중 최대 9% 상승한 4.74호주달러까지 오르며 약 한 달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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