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대로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못 품는다…'완결형 의료체계' 필요" [인터뷰]
입력 2026.09.09 11:25
수정 2026.09.09 11:26
오경준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인터뷰
출생아 대비 NICU 인프라 취약…병상당 부담 서울의 3~4배
전원 요청 늘지만 권역센터 포화·인력난에 수용 여력 한계
“고위험 산모·신생아 직접 받는 주산기·어린이 거점병원 필요”
오경준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경기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이 지난 4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번 주에도 고위험 산모의 전원 요청이 여러 차례 들어왔어요. 이런 일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오경준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휴대전화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한 고위험 산모의 전원 요청이 수시로 들어온다. 경기도 주요 의료기관과 소방 등이 참여하는 진료협력망을 통해서다. 병원 간 연락·전원 체계는 과거보다 촘촘해졌지만, 정작 환자를 받아낼 병상과 의료진은 부족하다. 전원할 병원은 알아도 실제 환자를 받아줄 곳을 찾기 어려운 게 경기도 고위험 산모 진료의 현실이다.
오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에 보도되면 어쩌다 한 번 발생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굉장히 흔한 일”이라며 “지금 경기도의 문제는 연락할 병원을 모르는 게 아니라 연락을 해도 받을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2025년 출생아가 7만7702명, 소아청소년 인구가 209만명으로 모두 전국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주산기·소아 의료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5년간 분만기관 감소 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고, 신생아중환자실(NICU)도 허가병상의 약 65%만 가동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라 늘었지만 인력은 부족…전원 수용도 ‘한계’
부족한 의료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은 이어져 왔지만, 병상을 운영할 의료진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2010년 18병상이던 NICU를 현재 50병상까지 늘렸지만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정 사태 이전 20명 안팎이던 산부인과 전공의도 최근 8~9명 수준으로 줄었다.
오 교수는 “NICU 담당 교수 3명을 충원하려 했지만 1년 동안 한 명을 뽑는 데 그쳤고, 그 사이 기존 교수 한 명이 나가 실제 인력은 그대로였다”며 “병상을 늘려도 이를 운영할 사람이 없으면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확보가 어려워진 반면 고위험 신생아 진료 수요는 여전히 크다. 출생아 수는 줄고 있지만 난임 치료 증가와 고령 출산 등의 영향으로 미숙아·다태아 비중이 높아지면서 신생아 집중치료 수요가 같은 폭으로 감소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은 전원 현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 교수는 “의정사태 이전에는 연간 300건가량의 전원 의뢰가 들어오면 150~200명 정도를 수용했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만 90~100건의 의뢰가 들어왔는데도 실제 수용한 환자는 5명 정도에 그쳤다”며 “간혹 발생하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할 수 있지만 전원 요청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현실적으로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특정 병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경기도는 출생아 규모에 비해 NICU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 오 교수에 따르면 NICU 한 병상당 출생아 수는 서울이 약 60~70명인 반면 경기도는 200~250명으로 3~4배 수준이다. 경기 남부에서 NICU 치료가 필요한 신생아 가운데 지역 내에서 치료할 수 있는 비율도 약 60%로 추산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족한 의료자원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분만병원과 권역모자의료센터를 잇는 진료협력망을 강화해왔다. 병원 간 연락과 전원 체계는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정작 환자를 받아야 할 권역센터가 포화되면서 네트워크만으로는 수용 한계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오 교수의 진단이다.
오 교수는 “병상에 여유가 있을 때는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되지만, 병상이 부족하면 아무리 신속하게 연락해도 환자를 받을 수 없다”며 “최근 4~5년간 경기 남부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환자를 받아야 할 권역센터마저 포화 상태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연결’ 넘어 ‘수용’으로…“주산기·어린이병원 구축 필요”
오경준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경기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이 지난 4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결국 환자를 ‘어디로 보낼지’ 찾는 것을 넘어 경기도 안에서 직접 받아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오 교수는 기존 병원마다 병상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한 병상과 전문인력을 한곳에 집중한 주산기·어린이 의료거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산기 분야에서는 24시간 고위험 산모를 받아 분만부터 신생아 집중치료까지 이어가고, 어린이 분야에서는 기존 의료기관이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고난도 질환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특히 경기도에는 응급수술부터 소아암, 희귀·난치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대규모 어린이병원이 사실상 없어 상당수 환자가 서울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교수는 “병원마다 병상을 5개, 10개씩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충분한 병상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고위험 환자를 실제로 받아 치료할 수 있는 규모의 거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점병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시설 확충과 함께 이를 운영할 전문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진료할 의료진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병원 건립 단계부터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병상이 없으면 사람도 뽑을 수 없고, 사람을 먼저 뽑아놓고 병원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며 “병원 건립과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해 고위험 진료를 담당할 인력이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구축된 의료거점은 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연결하는 ‘컨트롤타워’에 머물지 않고, 지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를 직접 수용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환자를 어디로 보낼지 찾는 것을 넘어 실제 치료까지 책임지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오 교수는 “환자를 받을 수 없으면서 어느 병원으로 가라고 안내만 하는 컨트롤타워에는 한계가 있다”며 “가장 위급한 환자를 직접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기도의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중증 소아환자가 치료할 곳을 찾아 다른 지역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