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한일 뭉치면 6조 달러 세계 4위"…경제 공동체 제안
입력 2026.09.08 18:14
수정 2026.09.08 18:45
"한일 합치면 세계 4위 경제권"…협상력·발언권 확대 강조
에너지 공동설계로 비용 3~5% 절감…송전망·가스관 연결 제안
SK하이닉스 추가 생산거점 검토…"어디부터 할지 조만간 결론"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월 30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대한상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은 중국보다 일본에 가까워야 한다"며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의 시장을 합치면 약 6조 달러 규모의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글로벌 통상 질서에서 협상력과 발언권을 키울 수 있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공동 구매·비축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양국의 송전망과 가스관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의 추가 생산거점도 전 세계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8일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보호주의와 미중 대립으로 공급망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이 분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유리한 것은 역시 큰 시장"이라며 "한일이 하나로 연결된다면 약 6조 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으며 보다 강력한 협상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이 힘을 합치면 국제 질서와 규칙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만드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우선 협력 분야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최 회장은 "양국이 에너지 구입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만 절감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에너지 수입이 많은 만큼 매년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양국이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송전선을 연결하고 가스 파이프라인을 잇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적 교류의 장벽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솅겐협정처럼 양국 국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고 금융·보험·헬스케어 등 민간 분야에서도 공동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양국 금융사가 AI나 젊은 세대를 겨냥한 공동 펀드를 조성하거나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적용되는 보험상품을 만드는 방안 등을 예로 들었다. AI 분야에서는 SK가 NTT와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기업들과 투자 및 협력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중국을 "규모가 큰 이웃나라"라며 "그 존재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닌, 거리의 관점에서 한국이 중국보다 일본에 가까워야 한다는 점"이라며 한일 시장 규모를 키워 중국과 마주하는 편이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일 경제공동체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한일이 협력하더라도 중국을 능가하고 위협할 규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면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만드는 데에도 이점이 생기고 성장과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월 30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대한상의
과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관리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은 거의 무효가 된 과거의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서로 보복하면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정치인과 특히 경제인 사이에서 과거와 같은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AI 붐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국내에서 많은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며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지·전력·인재·생태계를 갖춘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지역을 우선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역시 CPTPP에 가입해야 하며 이후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계기로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으며, 6~7년 전부터 일본 경제단체들과 회의와 논의를 이어오며 구상을 구체화해왔다고 밝혔다.
